적자나도 수백억 투자…씨젠·일동제약, 3분기 통큰 R&D '눈길'

김경애 / 2023-11-15 14:47:59
제약바이오 20곳, 매출 대비 R&D 비중 10.3%
씨젠, R&D 비중 20.7%로 1위…영업손익은 적자

국내 20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에 열심이다. 영업손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거나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본 곳들도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연매출 기준 상장 제약·바이오 업체 20곳의 올 9월까지 연구개발비는 1조690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16조4820억 원과 1조9112억 원으로 각 9.4%, 42.9% 감소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많이 줄면서 영업이익률은 11.6%로 6.8%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누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0.3%로 1.3%포인트 상승했다. 실적이 부진함에도 R&D 투자는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 상장 제약바이오 20곳 올 3분기 누계 R&D 투자 현황. [김경애 기자]

 

올 3분기까지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기록한 곳은 셀트리온으로 2335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20개사 전체 연구개발비 중 13.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224억 원), 대웅제약(1518억 원), GC녹십자(1488억 원), 한미약품(1363억 원), 유한양행(1354억 원), 종근당(1026억 원)이 1000억 원을 넘겼다.

 

연구개발 투자액을 가장 크게 늘린 곳은 에스디바이오센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318억 원에서 올해 490억 원으로 54.1% 증가했다. 동아에스티와 JW중외제약은 에스디바이오센서 다음으로 37.7%, 32.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GC녹십자와 동아에스티, 대원제약, 한독, 광동제약, 동국제약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지만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연구개발비를 가장 적게 쓴 곳은 광동제약으로 123억 원을 기록했다. 광동제약은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로 20개사 중 가장 낮았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씨젠으로 20.7%였다. 씨젠이 올 9월까지 벌어들인 매출은 2669억 원인데 연구개발에 쓴 비용은 무려 553억 원이다. 이 기간 씨젠은 3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전년동기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씨젠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분자진단 기업이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지난해부터는 실적이 꺾이면서 매출은 수천억 원이 줄었지만 연구개발비는 수백억 원대 규모를 유지하면서 R&D 비중이 두 자릿수 비율로 뛰었다. 

 

▲ 3분기 누적 기준 씨젠 연구개발비와 매출 대비 R&D 비중 추이. [김경애 기자]

 

일동제약이 매출 대비 R&D 비중 18.9%로 씨젠의 뒤를 이었다. 일동제약도 씨젠과 마찬가지로 영업 적자를 기록 중인데 연구개발비 규모는 수백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올 9월까지 4497억 원의 매출(전년동기 대비 7.4% 감소)을 내고 511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하지만 연구개발만큼은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지난해 937억 원에서 올해 849억 원으로 9.5% 줄어든 게 고작이었다.

 

일동제약은 신약 연구개발에 자금을 쏟으면서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됐다. 지난 5월 임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연구개발비 부담 해소를 위해 R&D 사업 부문을 분할한 별도 법인 '유노비아'를 이달 2일 출범시켰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유한양행으로 4.4%포인트 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3.4p), 한미약품(2.2%p)과 대웅제약(1.1%p)도 1%포인트 이상 늘었다. 비중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셀트리온으로 5.81%포인트 줄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이 전년동기 대비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씨젠으로 10.5%포인트 늘었다. 이어 에스디바이오센서(8.7%포인트), 동아에스티(4%포인트), JW중외제약(1.7%포인트), 한독(1.6%포인트) 순으로 높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적자를 보면서까지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까닭은 성공 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신약의 경우 최종 성공률은 평균 0.01%에 불과하다. 어렵게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인상, 임금 상승 등 불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 협력과 제휴, 라이선스 아웃, 오픈 이노베이션 등 연구비용 효율화를 통해 개발 속도와 비용 절감을 동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개사 중 연구개발비 산정에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곳은 동아에스티였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동아에스티가 공시한 매출(4829억 원) 대비 R&D(715억 원) 비중은 14.8%이다.

 

▲ 동아에스티가 기재한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동아에스티 3분기 보고서]

 

그런데 동아에스티가 연구개발에 썼다는 715억 원은 판관비와 제조경비에 한했다. 지난해 3분기 때는 제조경비도 제했다. 대다수 기업들이 판관비와 제조경비, 개발비(무형자산), 정부보조금 등을 합산한 금액으로 매출 대비 R&D 비율을 구하는 것과 대조된다.

 

동아에스티 측은 "재무제표에 인식되는 금액은 결국 판관비"라며 "판관비로 계상된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작성하고 이를 적용한 비율을 기재한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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