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별의 순간'…계속 빛날 수 있을까

박철응 기자 / 2025-07-24 14:42:04
사상 최대 이익 2018년의 2배도 가능
'와신상담' 삼성전자 반격으로 경쟁 심화
선제 전략으로 HBM 대체 칩 개발도 활발
최태원 "시장 하나 아니라 쪼개질 것"

SK하이닉스는 202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5번의 '별의 순간'을 꼽았다. 그 중 하나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 20조8438억 원을 거둔 2018년이었다.

이제는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9조21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별의 순간'이었던 2018년에 비해 2배 가까운 연간 이익을 거둘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오는 3분기 영업이익 10조 원 돌파 전망도 나온다. 지난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7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7000억 원이나 늘었다. 

 

▲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뉴시스]

 

그렇다면 더욱 빛을 발하는 SK하이닉스의 고공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지금이 정점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약진은 AI 시대를 미리 준비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공이 핵심이다. 이 회사는 이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적극 투자하면서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났다"고 호실적의 배경을 설명했다. 

 

AI 모델 추론 기능 강화를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수요를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세계 각국의 독립적인 '소버린 AI' 구축 투자가 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 증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제품인 HBM3E를 2023년 개발해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 시장 선점의 독보적 지위가 지금의 풍성한 열매로 맺힌 것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의 제품 성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HBM 생산을 전년 대비 약 2배로 늘려 안정적인 실적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6세대인 HBM4도 고객 요구 시점에 맞춰 적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와신상담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의 반격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아직 엔비디아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지만 HBM4 공급 문을 열기 위한 채비를 함께 하고 있다. 판도를 바꾸기 위한 선제적 전략으로 보인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해결될 조짐이 보인다"면서 "특히 HBM4는 3분기 주요 고객들에게 양산 샘플이 전달되며 내년 엔비디아의 루빈(Rubin)을 비롯한 AI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올해부터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데 HBM4 양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 시장에서의 큰 변화는 경쟁 심화"라며 "여전히 SK하이닉스의 1위 구도는 유지되겠으나 점유율 측면에서 변화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HBM 출하량 증가율이 90%로 추산되는데 내년에는 30% 수준으로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내년 개화가 예상되는 HBM4는 독점 구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SK하이닉스의 판매가와 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HBM 시장 경쟁 격화와 함께 가격 주도권이 점차 주요 고객사로 넘어가면서 HBM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주된 이유였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들이 HBM을 대체하는 자체 칩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메타는 HBM 대신 S램을 사용한 MTIA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MTIA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착용식) 기기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AI 산업은 서버에서 단말기(온디바이스)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데, HBM은 D램 칩을 쌓는 구조상 초박형 제품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I 모델 훈련용으로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AI 반도체의 유형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HBM 시장 경쟁 심화 전망에 대해 "그걸 정확히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속한다"며 "상황에 따른 대응책을 잘 가져가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AI도 핸드셋에 들어가 작동할 것으로 생각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 "시장이 하나가 아니라 분화돼 쪼개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HBM은 빠르게 성장하는 AI 시장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관련 수요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HBM 수익성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수익성 최적화를 위해 고객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철응 기자

박철응 / 산업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