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로비사단' 실체 드러나…주총 전 사퇴해야"

오다인 / 2019-03-25 11:34:21
이철희 의원 "황창규, '로비사단' 구축에 20억 원 투입"
"전방위 줄 대기…고액 급여 주면서 민원 해결에 활용"
"황창규, '로비사단'에 전권…활동내역 없으면 해임사유"
KT새노조 "의혹 산적한 황창규 주재 주총 인정 불가"
▲ 황창규 KT 회장 [문재원 기자]

 

KT 주주총회를 나흘 앞둔 25일 KT새노조가 "온갖 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주재하는 주주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T새노조는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해 "쏟아지는 경영진의 비리 의혹에 참담한 심경"이라면서 "채용 비리, 불법 정치 자금, 로비용 '경영고문'에 이르기까지 KT가 '국민 밉상'이 돼버린 것도 속상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경영진과 이사회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 절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이번 주총에서 KT 경영진이 황 회장 추천으로 사내이사 2명을, 사외이사 '셀프 추천'으로 사외이사 2명을 선출한다"면서 "경영 위기의 책임자인 이들이 주총을 주재하고 이사를 선출한다는 건 자신들의 자리만 보전하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주총 소집과 관련한 절차적 문제도 지적했다. KT새노조는 "전체 주주의 15%가 넘는 직원 주주 2만 3000명의 주총 소집통지서가 엉뚱한 곳으로 발송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그동안 KT가 직원 주주들의 주총 참석을 극도로 꺼려왔음을 감안하면 고의적인 실수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황 회장은 주총 전에 사퇴해야 한다"면서 "신임 이사 선출 안건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정치권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20억 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민원 해결 등의 로비에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4년 1월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이후 위촉한 'KT 경영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한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까지 모두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 KT '경영고문' 명단 [이철희 의원 제공]

 

KT는 이들 '경영고문'에게 매월 수천 만원에서 수억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이 의원은 "이들 '경영고문'은 KT의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 다른 외부 인사"라면서 "그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과 같은 다양한 명칭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KT가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KT 직원들은 물론이고 임원들조차 이들 '경영고문'의 신원을 몰랐다"고 비판했다.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는 것이다.

'경영고문' 중에는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3명이 포함됐다.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이 의원은 "이들이 KT '경영고문'으로 위촉될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다"고 했다.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역임,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매월 517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였던 A 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KT '경영고문'이었다. 정치권 출신의 '경영고문'들은 매월 500만 원에서 8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을 거친 예비역 소장 B 씨는 2016년 KT가 수주한 750억 원 규모의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으로 등장한다. 당시 국방부 측 사업 심사위원장은 B 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 의원은 "이로 인해 당시에도 KT가 B 씨를 내세워 사업을 수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KT와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허, 행정안전부의 고위 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의원은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경찰 출신의 '경영고문'은 사정·수사당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 정보관)들로 골랐다"고 했다.

이들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을 포함해 민감한 현안이 많았다.

이 의원은 "정치권 줄 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비를 위해 정치권 인사를 위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면서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 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또 "경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제에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이 의원은 'KT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KT 경영고문 운영지침'을 추가 입수해 공개하면서 "황 회장이 '경영고문' 위촉과 운영에 전권을 행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들 '경영고문'의 활용 내역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임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 KT 경영고문 운영지침 [이철희 의원 제공]

 

이 의원은 'KT 경영고문 운영지침' 중에서 "경영고문에 대한 위촉 권한은 회장에 있다"(제5조)와 "고문의 최종 위촉여부는 회장이 결정한다"(제7조)를 들어 '경영고문' 위촉이 회장의 의사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간 기업인 KT가 내규로 경영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면서 "이는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KT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정당한 해임 사유가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와 함께 '경영고문' 가운데 공직자윤리법 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 공직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을 지낸 C 씨다. 'KT 경영고문 운영지침'의 제8조는 결격 사유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관련 사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이 의원은 "KT의 '경영고문'이 애초 회사 내규와는 상관없이 회장 임의대로 운영됐고 운영지침은 채용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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