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 본격화···인간 의료인 인간에 집중하는 인본주의 전망
진정한 히포크라테스 양성 의료·교육···인문학적 성찰 함양·강화 필요
의료 난맥(亂脈)의 시대다. 지난달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거의 1000만 명에 이르는 의료 인력(의사를 포함한 health-care workers)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세계 의료 인력의 약 15%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매년 약 80만 명의 미국인이 잘못된 의학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장애를 겪는 실정이라고 한다. 총체적으로 오늘날의 의료 시스템은 전문 인력과 전문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렇게 부족한 인력과 지식이 단기간 내에 충분하게 공급되고 축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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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그래서 의료 시스템의 수요와 공급 간 갭을 줄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활용이 모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도록 훈련된 인공지능인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 한 예다. 의료 텍스트가 포함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는 LLM을 통해서 상당히 난해한 수준의 의료적 질문에 대해서도 꽤 설득력 있는 응답을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2023년 시행된 미국 의사 면허 시험(US Medical Licensing Exam)에서 챗GPT가 거둔 성적이 4년 과정 미 의대의 3년차 의대생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LLM에서 얻는 의학적 조언이 진료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사람들이 점차 동의하고 있다. LLM의 강점은 일상적인 말과 대화 등을 데이터 형태의 입력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므로 이를 통해 환자로부터 기존의 설문지 방식 응답에서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LLM을 통해 환자의 증세와 건강 관련 사항에 대하여 보다 광범위하고도 세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진단, 환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 더 신속하고 정확한 처방, 더 증진된 효율성 등 여러 긍정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인공지능은 지금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식별하기에는 매우 방대하고 상호 얽혀 있는 복잡한 의료 데이터에서도 연관성과 연결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더욱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돌파구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인식론적 지평을 만들어 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환자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새로운 기술과 수단을 도입할 때 높은 증거 장벽(high evidentiary barriers)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성은 진단 등의 오류와 실수가 인간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료 영역에서는 특히 심대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열악하거나 고르지 못한 데이터로 훈련하면 그 분석 결과에도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소수자,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에 대한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입수하는 데에 국가에 따라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회적 약자와 같은 과소 대표 그룹(underrepresented groups)에 대한 의료 서비스 시행에 있어서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신뢰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의료 시스템이 전문 인력과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큰 제약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력과 지식 양 측면의 보완이라는 관점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류의 건강과 복리(welfare) 증진을 위해 인공지능이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 못지않게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 등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두려움과 불안감으로도 둘러싸여 있는 국면이라고 하겠다.
후일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하여 우려되는 위험성과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한 후 인간의 얼굴마저 본뜬 의료 인공지능이 등장한다면 인간 의료인의 역할은 줄어들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인간 의료인은 더욱 인간에게 집중하고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LLM을 통해 환자와 광범위하고 세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며 그 과정에서 입수된 정보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작업, 인간이 식별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의 복잡한 의료 데이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분석하는 작업 등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 의료인은 이러한 인공지능의 역할에 힘입어 종전과 같은 기초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업무에의 과중한 부담을 덜고 인간으로서의 환자에게 보다 충실하게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맞이하게 된다. 즉 인간을 더욱 중시하는 인본주의적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능적 측면에 치우친 의료인이 아닌 진정한 히포크라테스로서 차원 높은 인식론적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고도 하겠다.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의료의 미래를 상정할 때 인간 의료인에게는 인간을 이해하고 환자와 공감하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진다. 의술과 인술을 겸비한 의료인이 더욱 절실해진다. 그렇다면 향후 의대 교육도 선발과 양성의 모든 과정이 여기에 더욱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특히 인문학적 성찰의 함양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작금의 극한적인 의료계 사태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연 그동안의 교육이 진정한 히포크라테스를 양성하는 데 미흡함은 없었는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겸허하게 살필 시점이다. 의료와 교육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기에 초당파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사회적 지혜를 모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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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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