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총선후 통화정책···차기 금통위원 조건은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3-29 11:30:14
총선후 통화정책 전환기 국면···인플레이션·지속가능성장 균형·조율 이뤄야
차기 금통위원, '예술가처럼 초연, 오염되지 않되 정치인처럼 세상 가까워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의결했다.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금년도 경제성장률과 근원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가까운 시일에 완화할 것이며 금리 인하를 어느 시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연준이 시행해온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QT)의 속도를 조절하고 향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할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평판 있는 중앙은행이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면서도 정책 기조를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적으로 잡는 건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망의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스토리는 '본질적으로 동일하다(essentially the same)'고 말함으로써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를 정당화했다. 이러한 통화정책 신호에 반응하여 시장은 주식과 금 가격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1~2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확신이 커짐에 따라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 한국은행과 화폐 합성이미지 [KPI뉴스 자료사진]

 

연준의 이번 정책 결정이 있기 하루 전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동시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비둘기파적 태도로 정책결정회의를 마무리했다. 일본은행은 명목 금리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영역으로 전환한 마지막 중앙은행이 되었고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비둘기파적인 포장과 함께 금리 인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일본 엔화 가치는 32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게 되었다.

 

지난주 비둘기파적 중앙은행들의 정책 결정 행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준 FOMC 회의 바로 다음 날에는 스위스 중앙은행이 예상치 않은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스위스 프랑화 가치를 약 1% 떨어뜨렸다. 

 

지난주 이러한 일련의 통화정책 결정들은 엄격한 인플레이션 목표에서 유연성을 띠려는 움직임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팬데믹 위기 이후 한동안의 통화정책 기조가 지금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인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결정은 기본적으로 국가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의 산물이다. 상호 관련성을 띨 수는 있지만 상호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각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하는 거시경제적 패러다임 변화에는 시선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글로벌 경제의 공급 메커니즘이 이전보다 덜 유연하게 또는 필요한 수준보다 덜 유연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그 신호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배경과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전쟁으로 초래되는 지정학적(geopolitical) 충격, 경제영역을 넘는 군사안보전략, 기술·투자·교역 패권전쟁, 디지털 대전환과 기후위기, 정치 양극화와 이념 대결에 따른 거버넌스 비효율 등 구조적 요인을 망라한다. 

 

그래서 공급 요인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2% 목표로 다시 내려가는 것을 당분간 쉽게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사회적 복리(welfare)와 금융안정 등에 불필요한 코스트를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전환기 중앙은행 정책결정자일수록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와 그 기저에 흐르는 지적, 경험적 접근방법에 대한 포괄적 성찰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생성형 인공 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관련 노동구조 변화, 그에 상응하는 교육기술훈련, 생명과학·그린에너지 주도 신 성장 엔진, 공급 메커니즘 유연성 촉진을 위한 재정·산업·과학기술·교육정책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통찰력 또한 필요 역량이라 할 수 있겠다.

 

인간 본연의 한계인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knowledge problem dominance)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지만 대전환의 시대에 중앙은행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passion)과 열망(desire)일 터이다. '더없는 행복은 대전환의 시대에 살아있는 것이고 이 시대에 열정과 열망이 있음은 바로 천국이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바라보는 감격을 표현한 시다. 

 

4·10일 총선이 불과 10여 일,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 열흘 후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두 명의 4년 임기가 동시에 만료된다. 앞으로 20일 후 전환기의 중앙은행 정책결정자에게 긴요한 역량과 덕목을 갖춘 인물이 금통위원에 임명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워즈워스가 말한 대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열정과 열망에 더하여 100년 전 1924년 케인스가 스승 마셜에게 헌정한 에세이에서도 이 시대 중앙은행가에게 바람직한 덕목을 찾을 수 있다. '예술가처럼 초연하고 오염되지 않되 정치인처럼 세상과 가까워야 한다.'

 

총선 이후 다가올 수 있는 통화정책의 전환기 국면일수록 초연하고 오염되지 않은 예술가이자 세상과도 가까운 정치인과 같이 인플레이션과 지속가능한 성장 궤도에 이상적이며 현실에 토대를 둔 균형과 조율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공급 메커니즘 및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중앙은행에 요청되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통찰력 있게 성찰하며 포괄적 경험과 역량을 갖춘, 그리고 열정과 열망을 지닌 진정한 중앙은행가 금통위원을 기대한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 논설위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