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문제 덮기에 급급한 대한항공·버거킹

김기성 / 2023-09-18 11:30:31
대한항공, 커피에서 유리조각 나왔는데도 ‘쉬쉬’
버거킹, 이물질 발견에 ‘돈 봉투’로 무마하려 해
덮기에 급급한 태도, 블랙 컨슈머에게 빌미 제공

어리석은 호랑이가 곶감을 자신보다 무서운 존재로 착각하고 도망한다는 설화가 있다. 요즘 이물질 등 식품의 위생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을 보면 마치 언론을 곶감으로 보는 어리석은 호랑이 꼴이다. 문제가 생기면 공개하고 고치기보다는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급급해 한다.

대한항공, 기내식 커피에서 날카로운 유리조각 나와

대한항공 기내에서 제공한 커피에서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나왔다. 지난 1일 중국 광저우에서 인천으로 가던 여객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승객 A 씨는 기내에서 후식으로 제공된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이물질을 뱉어냈다. 놀랍게도 이 이물질은 길이 0.5cm, 두께 0.1cm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었다. A 씨는 혹시 다른 유리조각을 삼켰을 가능성에 대비해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모두 토해내야만 했다. 토해내는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다행히 건강상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A 씨는 어떤 보상이나 치료도 원하지 않았지만 대한항공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언론에 알리고 예방책을 마련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보상 차원에서 치료비와 10만 원 전자 우대 할인권을 제시했다.

 

▲ 김포공항에 주기된 대한항공 항공기(왼쪽), 서울의 한 버거킹 매장. [뉴시스]

 

버거킹, 애벌레 나오자 ‘돈 봉투’로 무마 시도

지난주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으나 돈 봉투를 제시하며 언론에 알리지 말 것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전 중구에 사는 소비자 B 씨는 2019년 버거킹 매장에서 포장해 온 햄버거를 먹던 중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초록색 애벌레를 발견했다. 기겁을 한 B 씨는 매장에 항의했다. 환불이나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재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이후 버거킹에 양상추를 납품하고 있던 신세계 푸드와 버거킹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흰색 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례를 받으면 외부로 사진이나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B 씨는 돈이나 보상은 필요 없다며 애벌레가 발견된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앞으로 재료 관리를 잘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버거킹 매장에서 유사한 위생관련 문제가 나오면 자신도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버거킹 매장에서 패티 포장용 비닐이 함께 조리됐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사례를 공개했다.

위생문제는 드러내서 대책을 찾아 재발 막는 것이 해법

위의 두 사례처럼 기업들은 위생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덮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게 보통이다. 그 대가로 ‘돈 봉투’를 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악의적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가 활개치는 빌미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자초하기도 한다. 또 과거와 달리 SNS가 활성화되면서 만약 위생 문제가 발생하면 덮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식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이물질 등의 위생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무리 조심하고 관리해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또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위생문제는 대체적으로 구조적인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고 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위생문제가 발생하면 덮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내서 그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대처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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