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AI, 우리 시대 혁신 원천이자 문명사 대전환기 핵심 기술
지속가능한 AI혁신 생태계 설계, 창조적 파괴, 거버넌스 설계 긴요
산업 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17~18세기 계몽주의(Enlightenment) 시대의 문화였다. 당시 서유럽의 문화가 과학적 실험과 발견 및 그 아이디어의 상업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정체되어 있던 GDP가 급성장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어는 2016년 출간 저서 '성장의 문화(A Culture of Growth: The Origins of the Modern Economy)'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계몽주의 시대 문화가 가져온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의 용광로에서 새로운 성장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공동 수상자 필리프 아기옹과 피터 하윗은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작동 원리로 혁신과 성장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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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과 인공지능 관련 이미지 합성 [챗GTP 생성] |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혁신을 북돋우며 기술 진보를 촉진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경제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어떻게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같다. 모키어의 역사적 통찰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핵심관건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성장은 문화와 제도가 만드는 혁신이 누적된 결과다. 그렇기에 혁신을 지속케 하는 문화와 제도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키워드와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접점은 단연코 우리 시대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이라 할 수 있다. AI는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자 혁신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2025년 노벨경제학상은 한국의 AI 정책 추진 및 시장 운영 등에 어떠한 의미와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일까. 우선 세 가지로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속가능한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의 설계이다.
문화와 제도가 만드는 혁신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변화 과정이다. 모키어는 과학적 지식과 실제적 응용이 상호작용하면서 혁신이 스스로 이어지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본다.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모델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왜 이 기술이 작동하는지, 어떻게 응용이 가능한지, 그 응용이 다시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는지의 선순환 구조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일회성 프로젝트 위주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식과 기술을 축적해 나가는 혁신 문화와 시스템 구축이 긴요하다.
따라서 한국의 AI 정책 추진과 산업 육성에 있어 기술 혁신, 응용, 확산, 기술 재혁신 등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와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 인재 육성, 연구개발(R&D) 투자 등에 보다 긴 호흡으로 역점을 두면서 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유관기관(stakeholders)이 상호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둘째, 인공지능 등장에 따른 창조적 파괴의 관리와 이를 위한 제도 설계의 중요성이다.
인공지능은 신생 산업의 출현만을 의미하지 않고 기존 산업과 노동 방식의 재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혁신이 수반하는 창조적 파괴의 관리가 요청된다. AI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는 분야를 위한 전환 지원 프로그램 등이 긴요하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는 전략 등을 통해 기보유한 강점을 살리되 새로이 요구되는 변화를 꾀하는 구조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
아울러 AI 도입이 특정 기업과 부문에 편중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 여건을 마련하며 유연한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다. 대기업, 거대 플랫폼 기업 등이 시장을 독과점하지 않도록 공정거래 및 플랫폼 경쟁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으로 초래될 우려가 있는 불평등과 이에 따른 사회적 저항 요소 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혁신이 확산되면서도 기존 구도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요청된다.
셋째, 인공지능 거버넌스의 설계이다.
기술과 제도의 상호작용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끈다는 통찰력은 인공지능에도 적용된다.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지만 무규제는 신뢰 붕괴를 초래하게 되므로 AI 개발, 활용, 평가 등 일련의 과정에서 혁신과 신뢰를 조화시키는 거버넌스 설계가 요청된다. 인공지능의 궁극적인 경쟁력은 알고리즘 자체라기보다는 거버넌스의 질적 수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기업, 시민, 학계 등이 폭넓게 참여하며 혁신과 신뢰의 균형을 추구하는 AI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거버넌스의 국제적 정합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적시성 높게 이번 달 경주에서 한국이 의장국으로 주최하는 APEC 정상회의 핵심 의제가 인공지능이다. 본격화하는 AI 시대의 규범, 기술, 인재를 아우르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다.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과 제도 신뢰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향후 거버넌스 설계를 주도할 수 있는 위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2025년 조사에 의하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 요구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generative) 모델 인공지능 활용도는 한국이 미국의 2배에 달한다. 한국에서 AI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반이 잘 갖추어져 있고 다양한 업무 영역에 적용되는 AI의 범용성과 친 혁신 기술 문화 덕분으로 평가된다.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후 한국 근로자의 일주일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하였고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 효과는 1.0%로 추정된다. 한국이 문명사적 대전환기 혁신의 원천인 AI 강국으로 본격 도약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짙어가는 가을 2025년 노벨경제학상이 제시하는 키워드인 혁신, 성장, 문화, 제도, 그리고 한국이 이와 접점을 이루는 인공지능의 역동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짙은 사색과 성찰을 하게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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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저서: 우리 시대의 금융경제 읽기(박영사, 2025년)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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