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사재기와 뭐가 다르냐"…시장 교란 불공정 마케팅
돈 받고 티켓 취소 악용도…보수단체 1억 가까이 후원
김은구 대표 "관람 지원"…대학생 "영화 공짜로 보는 것"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국전쟁'이 불공정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사가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진행 중인 '페이백(Payback) 이벤트'가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며 영화계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이벤트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와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관객들은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다"며 반기지만 또 다른 이유로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 영화는 '역사 왜곡'논란에도 휩싸인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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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국전쟁 포스터. [다큐스토리] |
'건국전쟁' 공동 제작사인 트루스포럼은 10~40대를 대상으로 영화 관람 후 관람료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를 지난 4일부터 하고 있다. 트루스포럼은 지난 2017년 서울대 대학원에 다니던 김은구 대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보수 기독교 연구단체다.
관람객은 트루스포럼 홈페이지 '건국전쟁 청년관람 지원 프로젝트'에 △이름 △전화번호 △소속 △출생 연도 △거주 지역 △관람 예정 영화관을 입력해 신청한다. 이후 트루스포럼에 관람을 증명할 자료와 계좌번호를 보내면 관람료를 돌려받는다.
영화업계는 해당 이벤트가 전례가 없는 데다 사재기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관객 수를 늘려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 영화 건국전쟁 공동 제작사 트루스포럼이 10~40대 청년 관람객을 대상으로 푯값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트루스포럼 누리집 캡처] |
영화 제작, 배급에 30년 가까이 종사한 A씨는 29일 "페이백은 표를 선구매하는 사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프리랜서 감독 B씨도 "기존 방식은 관람권, 예매권 등 티켓 형태로 제공하거나 무료 시사회를 열어 관객을 초대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페이백은 업계 관행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저예산, 독립영화는 상영관 확보가 중요한데 페이백으로 상영관이 늘어났다면 그만큼 다른 영화들은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페이백 이벤트 자금 출처도 도마에 오른다. 트루스포럼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관람료를 지원받은 관객수는 4500명이다. 관람료 1만4000원을 곱하면 이벤트에 들어간 금액은 6300만 원이다.
애국보수단체 등의 후원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게 트루스포럼 설명이다. 모금 이벤트에 참여한 단체는 고교연합나라지킴이, 대한민국 ROTC 애국동지회, 중국공산당(CCP) 아웃 회원 등 보수단체다.
이들이 주축이 돼 '청년들의 건국전쟁 관람을 지원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모금 이벤트를 열고 모금 사이트인 '트루스펀드'를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트루스펀드에 따르면 당초 목표액은 5000만 원이었지만 실제론 9400만 원이 모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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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루스포럼이 이벤트 신청자들에게 보낸 안내 문자. 지난 22일 발송된 문자(왼쪽)와 달리 25일 문자에는 악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 문구가 추가됐다. [김명주 기자] |
최근엔 페이백 이벤트가 악용되기도 한다. 영화 티켓을 캡처해 관람 증명 자료로 보내 돈을 챙긴 뒤 영화를 보지 않고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트루스포럼도 이벤트 신청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글을 보내고 있다.
10~40대로 정한 신청자 나이를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트루스포럼 측은 신청자가 홈페이지에 적는 출생 연도를 증명하는 별도의 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벤트를 긍정 평가하는 관객들도 존재한다. 대학에 재학 중인 25살 C씨는 "학생 입장에서 티켓값은 비싸다"며 "관람 후 돈을 돌려받으면 결국 영화를 공짜로 보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도 지난 26일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지도 않고 티켓만 사는 게 사재기고 시장질서 교란"이라며 "우리는 신청자가 티켓을 구매하고 실제 보는 걸 전제해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배 세대가 청년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모금한 돈을 바탕으로 청년들의 관람을 지원하는 순수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악용 사례 여부에 대해선 "많지는 않은데 몇 건 적발된 것이 있다"며 "페이백이라는 부당한 프레임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특정 분들이 의도적으로 신청해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악용하고자 하는 시도를 최대한 막기 위해 담당자들이 엄격하게 실제 관람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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