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김홍국 회장의 준비 안 된 기자간담회

김기성 / 2023-11-02 11:37:03
'벌레 생닭'에 대한 사과·대책은 언급 안 해
MSG, 아토피와 연결해 불필요한 논란 자초
어린이용 라면 나트륨 함량 논란의 여지 有

지난달 31일, 하림 브랜드의 생닭에서 벌레가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저리과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생닭을 구입하는 것을 망설였고 구입하면서도 이리저리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1일 하림의 김홍국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 벌레 생닭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는 아니었다. 어린이용 식품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였다. 당연히 벌레 생닭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 지난 1일 하림 김홍국 회장이 '푸디버디 론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유진 기자]

 

김 회장 간담회 이후 회사에서 벌레 생닭 입장문 내놔

김 회장은 생닭에서 벌레가 나온 것에 과정을 설명했다. 닭의 모이주머니를 기계를 이용해 빼내는 과정에서 모이주머니가 터지면서 벌레가 목에 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도 없었고 재발 방지 대책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 차원에서 입장문이 발표됐다. 하림은 벌레가 생긴 생닭이 소비자에게까지 공급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자동화 설비로 생닭을 생산하다 보니 전수조사가 어려웠다면서 앞으로는 인력을 더 투입해 사육부터 포장까지 세밀하게 전수조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왕 그룹을 책임지는 김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던 만큼 김 회장의 입을 통해 사과와 대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 회장, MSG가 아토피의 원인으로 오해할 소지의 발언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된 어린이용 라면에 대해서도 여기저기서 불만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자신의 막내딸이 아토피로 고생해 라면을 먹이기 힘들었다면서 인공감미료(MSG)가 들어가지 않은 라면을 만들어 먹였더니 아토피 증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림이 만든 어린이용 라면에는 MSG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마치 MSG가 아토피의 원인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이다. 우리 식약처는 물론이고 미국의 FDA나 세계보건기구조차 MSG에 대해 섭취 허용량을 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전한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설탕이나 소금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MSG의 유해성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물론 자기 회사 제품에 MSG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은 문제 삼을 수 없다. MSG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만 강조하고 그 이후는 소비자에게 맡길 문제다. 그런데 김 회장의 발언은 MSG와 아토피를 연관 짓게 만들어 자칫 오해를 불러오기 충분한 대목이다. 그것도 그룹의 총수가 나서서 얘기할 내용은 아니다.

하림 어린이용 라면도 나트륨 함량 결코 적지 않아

또 김 회장은 어린이용 라면에 나트륨이 적게 들어갔다고 자랑했다. 성인용 라면의 나트륨 수치가 1640mg인 데 비해 하림의 어린이용 라면은 1080mg∼1050mg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나트륨 수치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폄훼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2000mg이다. 비록 나트륨 함량을 낮췄다고 하지만 1080mg∼1050mg의 나트륨 함량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더구나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의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은 1500mg 이하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나트륨이 적게 들어갔다고 강조하다가 보면 마치 나트륨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기업 총수의 제품 홍보는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기업의 총수가 직접 나서서 제품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나서서 설명하는 것인 만큼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 현안을 깊이 있게 미리 파악해 소비자에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대책도 책임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홍보하더라도 다른 업종이나 다른 회사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식품과 관계된 것이라면 성분과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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