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숙 "AI 시대 지식재산, 법보다 시장자율이 중요"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5-03-07 16:17:30
"섣부른 법·정책은 혼란 부르고 사업 발전 막아"
"권리자·이용자 마찰, 정부 아닌 시장에서 해결"
"지금은 혼란기, 시장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잠자는 권리는 보호 안 해…권리 주장하라"

AI(인공지능) 학습이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지식재산권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뉴스 미디어와 음악, 미술 창작물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는 '데이터 저작권'이 있다.

김현숙 디지털 지식재산연구소 소장은 손 꼽히는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법학박사인 김 소장은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지재위) 전문위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분쟁조정위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음악저작권자문위 위원, 국제표준화기구(ISO) SW공학 및 IT거버넌스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달에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이사로도 선임됐다.
 

▲ 김현숙 디지털 지적재산연구소 소장이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하지만 그는 "디지털 지식재산 정책 수립을 위해 산업계와 법학·정부 정책 간 간극 해소가 우선"이라며 자신을 '통역가'로 소개한다.

KPI뉴스는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김 소장과 만나 AI 시대 지식재산을 둘러싼 현안과 방향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디지털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하면.

"지재위에서 각 부처에 산재한 지식재산 이슈를 발굴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음악저작권자문위에서는 음악 저작권에 관련된 이슈를 발굴하고 논의하며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임원으로 임명된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선 국내외 저작권 침해 예방과 대응, 창작자 권리를 지키고 공정한 콘텐츠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스스로를 통역가로 소개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와 음악, 법의 언어가 다르다. 같은 용어라 해도 정부와 국회, 법조, 학계, 산업계가 각각의 언어로 말한다. 논의도 표류한다. 이 때 필요한 사람이 통역가다.

업계와 학계를 연결해 정책으로 풀어가도록 제안하는 일을 내 역할이라 여긴다. 산업계에 종사하는 법학자로서 디지털 지식재산의 용어, 이론, 기술, 법률, 산업현장 간 간극을 좁히고자 노력한다. 몇년 전까지는 정보기술과 소프트웨어, 지금은 음악 산업계의 어려움을 법학과 정부 정책, 규제 개선의 관점에서 조율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AI 시대가 되면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는데 왜 그렇다고 보는가.

"AI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 이슈는 크롤링(웹페이지 데이터 추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였다. 그런데 논의가 정리되기도 전에 상황이 달라졌다.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두고 사업자는 양에, 저작물 권리자는 품질에 가치를 둔다. 갈등은 여기서 시작한다."

-마찰 해결을 위해 정부와 법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정부와 법은 어느 한쪽의 이익을 편애할 수 없다. 법률 용어를 빌리면 '이익형량'을 비교해 판단한다. '공정한 중재 역할'이나 '균형 있는 조정' 정도로 보면 된다.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면 권리자와 이용자 간 마찰이 불가피하다. 법은 잠자는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언이 있다. 보호받고자 하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창작자가 주장하는 가치는 결국 비용인데 사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격차가 너무 크다. 균형을 찾아가는 진통의 과정을 건너뛸 수 없다."

-정부도 해법을 못 찾은 것 같다.

"많은 디지털 지식재산 갈등이 '봉합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세계 신탁 단체들이 뭉치는 것도,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AI 산업을 이끌어가는 미국도 명확한 해법을 못 내놓고 있다. 섣불리 답을 낼 수 없어서다. 몇 줄의 법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부터 불가능에 가깝다.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 중요하다. 어느쪽에 좀 더 힘을 싣느냐는 정책적 판단이다. 시장이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방향이 잡히고 이를 법안이나 정책으로 정리하는 게 좋다.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 김현숙 디지털 지식재산연구소 소장. [이상훈 선임기자]

 

-법이 기술 발전에 뒤쳐진다는 비판이 많은데.

"법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따라가서도 안된다. 법이 기술을 앞서면 규제가 그만큼 앞서간다는 의미다. 정책이 사업자를 규제하면 사업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 AI 무대는 글로벌인데 규제만 앞서면 외국 사업자만 키우는 역효과를 낸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선진적이지만 아날로그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 저작권법, 지식 재산권법 모두 재정립이 시급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제 조약과 맞물려 해결해야 한다. 한 조항만 건드려도 다양한 산업군과 맞물리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지금은 혼란기다. AI 이슈는 무르익지 않았다. 정답을 내기도, 언제 안개가 걷힐 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의 속도를 봐야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 크지도 않은 아이를 뱃 속에서 꺼낼 수 있겠는가. 진통이 있어도 견디면서 아이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술의 진보는 빠르지만 정부는 보수적으로 일한다. 섣부른 정책은 혼란만 부르고 기형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해결은 시장에서 할 것이다. 협상 테이블을 열고 다른 사례 탐구하고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버넌스(의사결정 체계와 규칙), 정책 담당자를 위한 민간 협력자로 일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싶다. 꼭 필요한 일이고 나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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