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초심 잊은 국정 운영…'찐윤' 포진 檢인사 논란
이원석, '의견 반영' 질문에 7초 침묵…"소임 다할 뿐"
장성철 "최악의 내로남불…金여사 특검 여론 높아질 듯"
'공정과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가장 큰 자산이었다. 당시 '내로남불·막무가내'를 상징하는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훌륭한 후원자였다.
추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인사 카드'로 윤 총장을 괴롭혔다.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모두 잘랐다.
추 장관은 인사에 앞서 윤 총장 의견을 듣기 위해 호출했으나 윤 총장은 거부했다. 검찰총장 의견을 듣게 돼 있는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추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제가 위반한 게 아니고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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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뉴시스 제공] |
윤 총장은 참모진에게 위축되지 말고 업무 이행을 당부하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기존 수사는 흔들림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윤 총장은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월 이후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다. 과거보다 상황이 안좋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 정권 문제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외압에 맞서 '공정·원칙'의 가치를 키우며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초심'과 멀어지는 모습이다.
4·10 총선 참패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다. 윤 대통령이 철저히 반성·변화하지 않으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2년 지지율에서 윤 대통령이 꼴찌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마이동풍·마이웨이'다. '공정·원칙'을 거스르는 국정 운영에 골몰하는 것으로 비쳐서다. 김건희 여사 등 '가족 지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듯하다.
지난 13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검찰 인사는 윤 대통령이 총장 시절 반발했던 것보다 형식·내용적으로 더 고약하다는 평가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진은 전원 물갈이됐다. 2년간 중앙지검을 이끈 송경호 검사장은 물론 1~4차장검사 모두 교체됐다. 송 검사장 후임에는 '찐윤(진짜 친윤)'으로 꼽히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보임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참모진도 대거 바뀌었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이뤄졌다.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서 '검찰 인사에 총장 의견도 반영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총장은 7초 간 침묵을 지킨 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총장 패싱'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그는 '김 여사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는 게 이 총장 입장이다.
이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제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사퇴설도 일축했다.
'윤석열 라인'이던 송 검사장은 올초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송 지검장 교체를 원했으나 이 총장이 반대했다고 한다. 5·13 인사는 '보복성 조치'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민정수석실 부활도 '초심'을 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런데 총선 후 말을 뒤집고 '민심 청취'를 이유로 지난 7일 되살렸다. 한술 더 떠 그 자리에 검찰 출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 수석을 통해 '김 여사 방탄용' 인사를 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장성철 공감센터 소장은 "대통령직이라는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믿고 싶지 않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조사, 소환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장 소장은 "최악의 내로남불이며 김건희 여사 특검 여론이 더 높아질 듯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몰아세웠다. 추미애 당선인이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선 건 아이러니다. 추 당선인은 BBS라디오에서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심기가 불편하니 민정수석을 통해 수사팀을 흔들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친윤 인사로 검찰의 김 여사 수사는 또다시 지연되거나 면죄부 수사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답은 국민의 명령대로 김 여사 특검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방탄이 아니라 상남자의 도리"라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자기 여자를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냐"며 되레 김 여사 보호용임을 부각했다.
공교롭게 이날 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던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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