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원칙' 거스르는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특검법 자초하나

허범구 기자 / 2024-05-14 15:56:58
검찰총장때 文정권에 맞서 '공정·원칙' 지키며 대권행
취임후 초심 잊은 국정 운영…'찐윤' 포진 檢인사 논란
이원석, '의견 반영' 질문에 7초 침묵…"소임 다할 뿐"
장성철 "최악의 내로남불…金여사 특검 여론 높아질 듯"

'공정과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가장 큰 자산이었다. 당시 '내로남불·막무가내'를 상징하는 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훌륭한 후원자였다.

 

추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인사 카드'로 윤 총장을 괴롭혔다.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윤 총장의 대검 참모진을 모두 잘랐다. 

 

추 장관은 인사에 앞서 윤 총장 의견을 듣기 위해 호출했으나 윤 총장은 거부했다. 검찰총장 의견을 듣게 돼 있는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추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제가 위반한 게 아니고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뉴시스 제공]

 

윤 총장은 참모진에게 위축되지 말고 업무 이행을 당부하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에 대한 기존 수사는 흔들림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윤 총장은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월 이후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다. 과거보다 상황이 안좋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 정권 문제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윤 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외압에 맞서 '공정·원칙'의 가치를 키우며 정치인으로 변신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초심'과 멀어지는 모습이다. 

 

4·10 총선 참패는 민심의 엄중한 경고다. 윤 대통령이 철저히 반성·변화하지 않으면 조기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잖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2년 지지율에서 윤 대통령이 꼴찌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마이동풍·마이웨이'다. '공정·원칙'을 거스르는 국정 운영에 골몰하는 것으로 비쳐서다. 김건희 여사 등 '가족 지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듯하다.

 

지난 13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39명에 대한 검찰 인사는 윤 대통령이 총장 시절 반발했던 것보다 형식·내용적으로 더 고약하다는 평가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진은 전원 물갈이됐다. 2년간 중앙지검을 이끈 송경호 검사장은 물론 1~4차장검사 모두 교체됐다. 송 검사장 후임에는 '찐윤(진짜 친윤)'으로 꼽히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보임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참모진도 대거 바뀌었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김주현 민정수석을 임명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이뤄졌다.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서 '검찰 인사에 총장 의견도 반영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총장은 7초 간 침묵을 지킨 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총장 패싱'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그는 '김 여사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라는 게 이 총장 입장이다.


이 총장은 "검찰총장으로서 공직자로서 제게 주어진 소임과 직분, 소명을 다할 뿐"이라며 사퇴설도 일축했다.

'윤석열 라인'이던 송 검사장은 올초 김 여사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다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송 지검장 교체를 원했으나 이 총장이 반대했다고 한다. 5·13 인사는 '보복성 조치'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민정수석실 부활도 '초심'을 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세평 검증을 위장해 정적과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런데 총선 후 말을 뒤집고 '민심 청취'를 이유로 지난 7일 되살렸다. 한술 더 떠 그 자리에 검찰 출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다. 김 수석을 통해 '김 여사 방탄용' 인사를 했다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장성철 공감센터 소장은 "대통령직이라는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믿고 싶지 않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조사, 소환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장 소장은 "최악의 내로남불이며 김건희 여사 특검 여론이 더 높아질 듯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몰아세웠다. 추미애 당선인이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선 건 아이러니다. 추 당선인은 BBS라디오에서 "김 여사 수사와 관련해 심기가 불편하니 민정수석을 통해 수사팀을 흔들어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친윤 인사로 검찰의 김 여사 수사는 또다시 지연되거나 면죄부 수사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결국 답은 국민의 명령대로 김 여사 특검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방탄이 아니라 상남자의 도리"라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제 자리 유지하겠다고 자기 여자를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냐"며 되레 김 여사 보호용임을 부각했다. 


공교롭게 이날 잔고증명서 위조 등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던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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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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