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강남역 등은 점자표지판 앞바닥에 점자블록 설치 안 돼
"점자표지판 바로 아래 점자블록이 없으면 화장실 찾기 어려워"
점자표지판 근처 쓰레기봉투, '청소 중' 안내판 놓여 출입 장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쉽게 가는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KPI뉴스는 시각장애인의 화장실 접근권 실태를 2회 보도한다. 1회는 시각장애인의 지하철 화장실 이용 후기를, 2회는 서울 지하철 역사 20곳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의 점자블록·점자표지판 설치 현황을 다룬다.
서울 지하철 역사 20곳에 있는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의 60%에 점자블록과 점자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KPI뉴스가 서울교통공사 소속 지하철 역사 중 수송순위가 높은 20곳의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를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조사한 결과 12곳의 점자블록과 점자표지판이 시각장애인이 화장실을 인식하기 어렵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점자블록과 점자표지판이 각각 하나라도 설치가 안 된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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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1호선 서울역 2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왼쪽부터), 2호선 강남역 역무실쪽 여자 화장실 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7,8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7호선 고속터미널역 3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모습. [김명주 기자] |
조사한 역사는 서울교통공사가 공개한 '2023년 일평균 수송인원 순위'에서 1~20위를 기록한 곳이다. 수송인원은 해당 역의 승차인원과 환승유입인원을 더한 수치를 말한다. 화장실은 서울교통공사의 '1~8호선 역사 화장실 현황(2023)'에 공개된 장소를 토대로 취재했다.
문제가 있는 곳 대부분은 점자블록이 점자표지판 앞바닥이 아닌 좌우 또는 대각선으로 조금 떨어져 설치된 경우였다. △잠실역 △서울역 △선릉역 △가산디지털단지역 △신촌역 △사당역(7·8번 출구 화장실) △종각역(시청 측 남자 화장실) △강남역(여자 화장실) △서울대입구역(여자 화장실) △고속터미널역(남자 화장실) △혜화역(여자 화장실)이 해당됐다.
시각장애인은 장애인 화장실 공간이 낯설어 안전상 비장애인 화장실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벽면에는 성별을 알 수 있는 점자표지판이 설치돼야 한다.
특히 점자블록은 점자표지판 바로 앞바닥에 설치돼야 시각장애인들이 남성, 여성 화장실을 구분해 이용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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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3호선 양재역 상선 방향(9-4) 부근 화장실 입구(왼쪽부터), 2호선 선릉역 1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4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모습. [김명주 기자] |
중증 시각장애인인 양남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보이사는 19일 "지하철 화장실을 찾는 것 자체가 우선 힘들다"며 "점자표지판 바로 아래에 점자블록이 없고 표지판 높낮이도 방향이 달라 (화장실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재역에는 점자블록이 점자표지판 앞바닥에 설치됐으나 입구의 블록이 여자 화장실 안쪽으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선릉역과 가산디지털단지역도 화장실 입구의 점자블록이 화장실 안쪽 통로까지 이어져 있지는 않았다. 또 다른 중증 시각장애인 A 씨는 "화장실로 가는 길에 점자블록이 쭉 이어지지 않으면 어디서 남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야 하는지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잠실역과 신촌역도 마찬가지로 점자블록이 화장실 입구 안쪽으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 이 두 곳 역사에는 입구 이외 여자 화장실 안쪽에 부착된 점자표지판 아래에 점자블록이 아예 없는 문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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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2호선 잠실역 1, 2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안쪽(왼쪽부터), 2호선 신촌역 5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안쪽, 1호선 종각역 종로3가측 화장실 입구, 1호선 종각역 종로3가측 화장실 입구 안쪽 모습. [김명주 기자] |
종각역 화장실 2곳 중 1곳은 점자블록이 점자표지판 근처가 아닌 아예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경우였다. 종각역의 종로3가 측 화장실은 입구의 점자표지판 주위에 점자블록이 없었다. 점자블록은 화장실로 내려가는 계단 시작 부근에만 있었고 계단이 끝난 지점부터 화장실까지의 통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당역에서는 점자표지판 근처에 장애물이 놓여 있는 문제가 발견됐다. 사당역 7·8번 출구 근처 화장실은 성별을 알려주는 점자표지판 밑에 '청소 중'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여자 화장실 점자표지판 밑에는 쓰레기봉투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도 화장실 안쪽으로 이어지는 점자블록이 없었고 여자 화장실 안쪽 점자표지판 아래에는 아예 점자블록이 없었다.
혜화역 여자 화장실 입구의 점자표지판은 화장실 출입문에 가로막혀 만질 수 없는 상태였다. 여자 화장실 안쪽으로 점자표지판이 하나 더 있었으나 아래 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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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2호선 사당역 7, 8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왼쪽부터),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 부근 화장실 입구 안쪽 사진. [김명주 기자] |
양 홍보이사는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블록에서 이 정도의 위치, 이 정도의 높이면 점자표지판을 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통일된 설치가 필요하다"며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남성, 여성 화장실임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장애인 화장실 입구 0.3미터 전면에다가 점형블록을 설치해야 하는데, 해당 규정에 맞게 했다"며 "다만 역사 내 화장실 구조가 조금씩 달라 점자블록에서 점자표지판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점자블록은 매립형이기에 바꾸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면서도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의견을 반영해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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