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걱정스러운 포스코 진흙탕 싸움

송창섭 / 2024-01-25 16:48:39
포스코 내·외부, 차기 회장 놓고 갈등 표출
외부, 지역사회·원로 손잡고 후추위 무력화?
벌써부터 이권·인사 둘러싼 잡음 터져나와
사외이사 시스템 손보되 인식부터 바꿔야

포스코 전 직원 A 씨는 한 달 전 기자와 만나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임기 얘기를 불쑥 꺼냈다. 포스코를 떠난 지 오래된 그가 왜 그럴까 의아했다. 

 

6년 전 그가 특정 회장 후보를 밀기 위해 맹렬히 뛰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순간 '시즌'이 시작됐음을 직감했다. A 외 전직 임직원 여러 명도 만나자고 연락해 놀라웠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홀딩스의 '초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확대 중이다.

 

포스코 회장 교체기에는 혼란과 진통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권 교체 후 새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를 총괄하는 CEO후보추천위(후추위)의 호화 이사회 의혹이 터진 데는 복합적 요소가 뒤엉켜 있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다. 현 정부는 출범 후 최 회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냈다. 3연임을 노리던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고문, 사내변호사로 대거 채용해 관계회복을 시도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 최 회장을 회사 내외부 세력은 끊임없이 흔들었다. 포스코 주변에는 '누가 정권 고위층 누구 라인이네'라는 식의 소문이 파다하다. 포스코 내부는 일부 세력이 정치권, 지역시민단체와 손잡고 후추위와 최 회장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본다.  

 

이 와중에 호화 이사회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후추위 사외이사들은 그동안 최 회장 3연임에 특별히 반대하지 않았다. 사외이사들에게 공 들였던 최 회장은 3연임을 낙관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만장일치로 느닷없이 후보군에서 떨어졌으니 그 서운함이 오죽했으랴. 양측의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그렇다고 이사회 보도에 최 회장측이 개입됐다는 말은 아니다.


완벽한 시스템이란 없다. 관건은 운영하는 사람이다. 오너 없는 포스코에서 사외이사는 '슈퍼 갑()'이 됐다. 회장은 사외이사들만 잘 모시면 됐다. 사외이사는 반대급부로 회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답해야 했다. 사실상 공생관계였다.

 

기자가 만나본 다수의 전직 임원들은 "우리는 선량한 자산관리인이었다"라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있었다최 회장도 최소한 그 정도의 생각은 갖고 있어야 했다

 

전임 회장들이 적당한 시기에 알아서 물러난 반면 최 회장은 욕심을 부려도 너무 부렸다최 회장 과욕은 문제를 더 키웠다

 

이번 일로 사외이사 견제장치가 논의될 듯하다그러나 이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 그러지 않고선 편법은 또다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정권이 편의를 위해 특정 인사를 회장에 앉히는 악습이 사라져야 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이가 회장이 되면 억울하게 후보에서 떨어진 이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포스코 주변에선 벌써부터 "누가 회장이 되면 어떤 사업을 밀어주기로 했네" "외부 인사 누구를 유력 계열사 사장으로 임명 한다네"라는 소문이 돈다. 외부세력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사내 문제들을 계속 터트릴 것이다그 피해는 누가 받겠는가지난 수년간 '기업시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민과 함께 하고자 노력해온 포스코 임직원 모두가 아닐까.

 

역대 회장 선임 때마다 유력 후보였던 B 씨는 한동안 포스코를 떠나 있었다. 그는 이번에 자천타천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사내에선 B와 같은 이들이 현 경영진을 흔든다는 얘기가 많다. 그는 수년 전 기자와 만나 1000페이지가 넘는 '박태준 평전'을 주며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치켜세웠다.

 

포스코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었지만회사를 위해 영혼마저 갈아 넣었던 박 전 명예회장을 최근 포스코를 흔드는 씨와 같은 사람들은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걸까포스코는 내 것 또는 우리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포스코는 정부나 현직 임원들의 것이 아니다.

 

▲ 송창섭 탐사보도부장

 

KPI뉴스 / 송창섭 탐사보도부장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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