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론' 파장…정체성 논란이냐 산토끼 잡기냐

장한별 기자 / 2025-02-20 11:22:59
김부겸 "李, 적절치 못했다…민주, 진보 담당한 건 역사적 사실"
김두관 "심각한 오류, 취소·사과해야"…비명, 정체성 문제제기
친명 정성호 "DJ도 중도우파 정당이라 얘기…실용주의로 반박
與 친한계 "중도보수 주장은 영토 침공…與 극우로 몰아 궤멸"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이재명 대표 발언의 파장이 번지고 있다. 비명계 대선주자들은 20일에도 이 대표를 직격했다. 국민의힘도 공세를 이어갔다. 

 

친명계는 김대중(DJ), 문재인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은 조기 대선을 겨냥한 것이다. '집토끼' 확보를 자신하며 '산토끼'(중도층과 합리적·개혁적 보수층)를 잡기 위해 우클릭하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전략이 먹힐지는 두고볼 일이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0일 현대자동차 충남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동석 사장과 아이오닉9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선 무기력한 진보정당과 내란·탄핵정국 등 지난 대선과 달라진 정치 지형 때문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당의 노선과 이념, 가치를 규정하는 정체성 논란이 가열되면 계파 갈등으로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비명계는 정체성 논란으로 프레임을 짜며 이 대표를 앞다퉈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로부터 핵심 지지층 이탈을 유도해 흔들겠다는 의도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YTN라디오에서 "하루아침에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전날 페이스북 글에선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자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 대표) 본인이 실용적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과 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민주정권을 세우기 위해선 중도 보수의 표도 얻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쓴소리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대한민국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당이 걸어온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정체성을 잃은 당은 결국 국민도 잃게 된다"며 당 지지자에게 사과하고 발언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인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제자리를 지킨 것은 민주당과 당원"이라며 " 원래 우리의 자리를 놔두고 다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이 대표"라고 썼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며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고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 이어 MBC '100분 토론'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비명계는 강력 반발했으나 이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실용주의'를 앞세워 정책적 선택을 해야한다는 논리로 비명계 공세에 맞서고 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진보 진영에서 이 대표를 빼곤 득표력 있는 인물은 없다. 지난 대선에서 2.37%를 얻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대신할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은 조국 전 대표가 출마 자격을 잃은 뒤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을 '극우'로 가두고 중도보수층을 분리시키면 대세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판단으로 보인다. 그가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 가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이유다. 한 정치 평론가는 "축구에서 왼쪽은 비워두고 오른쪽만 닥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현재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맞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중도보수적 입장에 있는 정책과 노선도 합리적인 것이라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도 1997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서민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라며 "그 입장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정 의원 설명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신문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진보이긴 하지만 민주당은 정체성으로 보면 보수정당'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맹공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자동차 핸들을 오른쪽으로 안 돌리겠다고 말하면서 우회전은 하겠다는 소리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서 '국민의힘이 지금은 거의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한에 대해선 "이 대표는 존재 자체가 형법 교과서"라고 반격했다.

 

안철수, 윤상현 의원은 각각 SNS를 통해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당이라면 파리도 새", "밑도 끝도 없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비꼬았다.

 

친한계 일부는 그러나 경계심을 드러냈다. 신지호 전 전략기획부총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을 극우로 몰아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전 부총장은 "우파 코스프레가 아니라 영토 침범을 기도하고 있다"며 "거짓말도 백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 가르침에 따라 기회 있을 때마다 '민주당은 중도보수'를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포괄정당을 표방하며 양쪽을 다 먹으려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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