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前 건설노조위원장, 감형 못받자 노조 돈 또 빼갔다

김명주 / 2024-02-23 17:25:45
항소심 앞두고 3억 변제 감형 요청…법원, 원심 파기·형량↑
한달 반 뒤 노조 통장서 前 위원장 명의 계좌로 2억 이체돼
법조계 "형사처벌 받아야"…前 위원장 측 "아는 바가 없다"

8억 원에 달하는 노조 돈을 횡령해 옥살이를 하고 있는 진병준 전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위원장이 또다시 노조 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다.

 

23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진 전 위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이후 노조 통장에서 수감 중인 그의 개인 계좌로 2억 원이 빠져나갔다. 이번 추가 횡령은 법원 판결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선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진 전 위원장은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심 판결 선고 전 건설노조에 3억 원을 갚았다. 당시 변제는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진병준 전 건설산업노조위원장이 2022년 6월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상황은 되레 더 나빠졌다. 항소심 법원은 작년 6월 28일 진 전 위원장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그가 건설노조에서 7억5148만 원, 산하 건설현장분과 충청지부(피해 지부)에서 2억7267만 원, 총 10억2415만 원을 가로챈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 전 위원장이 피해 조합에 피해금 일부를 갚은 점 등을 높이 평가했지만 원심을 파기하고 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다른 혐의를 유죄로 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진 전 위원장이 현금 인출해 사적 용도로 쓴 통장을 피해 지부 소유라고 판단해 그의 행위가 횡령에 해당한다고 봤다. 원심은 해당 통장의 금원을 피해 지부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무죄라고 판단했다.


UPI뉴스가 확보한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심(항소심)에서 피해 조합에 3억 원을 추가 변제했다"며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원심 판단 일부를 뒤집어 통상 감형 요소로 작용하던 피고인 변제가 실제 형을 낮추는 효과를 내진 못했다.


건설노조 주변에선 변제를 했음에도 감형을 받지 못하자 진 전 위원장이 변제금 일부를 다시 빼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덕적 해이는 물론 법원을 기망한 행위라는 것이다.


UPI뉴스가 입수한 건설노조 계좌 거래 내역을 보면 진 전 위원장이 항소심 판결 전인 지난해 5월 26일과 30일, 6월 8일 각각 1억 원을 노조 통장에 입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항소심 선고 한달 반쯤 지난 지난해 8월 14일과 16일에는 노조 통장에서 각각 1억 원이 진 전 위원장 명의 계좌로 이체됐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아무 근거 없이 출금됐다면 횡령죄가 성립된다"며 "(변제는) 감형을 위한 재판부 눈 가리기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별건으로 고소·고발해 형사처벌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지난 2022년 6월 13일 구속된 진 전 위원장은 이틀 뒤인 15일 사퇴서를 제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노조 통장에서 진 전 위원장 계좌로 돈이 빠져나갈 명분은 없는 셈이다.


진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UPI뉴스와 통화에서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아는 바가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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