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뜬금없이 등장한 '청주대전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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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 2024-05-30 09:48:49
요즘 청주국제공항에 주차하려면 축구장 3배에 달하는 넓은 주차장을 몇 바퀴 돌아야 한다. 이른 새벽에 가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만석이기 때문이다. 자칫 늦장 부리다가는 주차를 못 해 비행기를 못 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엔 주차대행서비스가 도입돼 성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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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국제공항 야경.[KPI뉴스 자료사진] |
1997년 개항한 청주공항이 빠르게 비상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하늘길이 해외로 뻗어나가면서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공항 이용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청주공항은 지난해 369만6000명(국내선 314만4000명, 국제선 52만2000명)이 이용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행객회복률 122.8%로 전국 공항 중 1위를 달성했다.
청주공항은 올해 국제 정기노선도 숨 가쁘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태국 홍콩, 몽골, 마카오뿐만 아니라 일본, 베트남, 대만의 새로운 도시도 취항한다. 인도네시아 발리 취항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노선이 활성화되면서 지방공항 중 드물게 흑자 공항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청주공항이 잘나가다 보니 이를 노골적으로 탐내는 사람도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다. 이 시장은 최근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청주공항의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주공항에 대전을 넣든지 청주세종대전공항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에는 기자간담회에서도 '청주대전공항'으로 확장할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시장은 마음 같아서는 아예 '대전공항'을 만들고 싶은지도 모른다. 물론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KTX '오송역'을 두고도 '세종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최민호 세종시장도 있지만 공항은 차원이 다르다. 엄청난 예산과 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마도 공항을 만들지는 못하니 '청주공항'이라는 밥상에 숟가락이라도 얹고 싶은 심정일 테다. 이 시장은 아예 명칭 변경을 중앙정부와 상의하겠다고 한다.
그의 주장엔 나름의 이유는 있다. 청주 인구는 85만명, 대전인구는 144만명이니 청주공항 이용객 분포도를 따져보면 대전 시민이 상대적으로 많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대전 시민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주공항 명칭 변경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인지는 이 시장이 더 잘 알 것이다. 만약 모른다면 광역자치단체장 자격도 없다. 이용객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명칭을 바꾼다면 김해공항이나 김포공항은 부산공항이나 서울공항으로 변경됐을 것이다.
호남분기점 '오송역'은 청주에 있지만 수도권 사람들이 위치를 잘 몰라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려고 역대 청주시장들이 수차례 추진했지만 아직도 답보상태다. 하물며 청주 시내에 있는 역 이름을 변경하는 것도 그토록 힘든데 '청주공항'을 '청주대전공항'으로 바꾸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청주공항은 이 시장이 걱정하지 않아도 중부권거점공항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청주, 대전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충남, 전북에서도 이용객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래서 활주로와 주차장, 편의시설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중앙부처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장우 시장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허튼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 전략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식의 발언은 대전시민들에게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너무 황당한 주장에 충북도와 청주시, 지역 시민단체에선 별다른 반응도 없다.
취임 이후 지역 발전에 열정과 에너지를 불태우는 이 시장이 '실없는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갖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실익 없는 '청주대전공항'에 집착하기보다는 대전시정에 정력을 쏟아야 한다. 충청권 4개 광역단체의 화합을 통한 충청권 메가시티 정착을 위해서도 그게 바람직하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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