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지명 철회 압박한 김용민·추미애 등 겨냥
김용민 "아직 뜨거운 개혁 의지 필요한 때" 응수
유시민 "李대통령, 검찰개혁 놓고 국민 속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22일 "여당의 적어도 의원급 정도 되는 구성원들은 당 내부에서 대통령 인사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당 공식 유튜브에 나가 '김용민 의원을 국회 법사위에서 사보임해야 한다'는 한 댓글에 의견을 밝힌 것이다.
김 대표는 "가급적 내부에서 건의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지명에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는 김 의원에게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용 불가론'을 굽히지 않는 추미애 경기지사와 민주당 이성윤 최고위원도 겨냥한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계파 간 이견이 인사 문제로 번지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강경파 저항에 직접 제동을 걸며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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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왼쪽 사진부터), 김용민 의원, 추미애 경기지사. [뉴시스] |
현재 여권은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장관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청와대 강훈식 비서실장의 사의 표명 등으로 국정 주도권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은 형국이다. 그런데 강경파들은 검찰개혁에서 선명성을 요구하는 강성 지지층에 부응하며 '자기 정치'에 골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지층이 분열하고 인사는 표류중이라는 게 김 대표 인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김 후보자 지명에 반대하는 토론을 벌였다. 17일엔 "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며 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에도 페이스북 글에서 "검찰개혁이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중수청장도 검찰 출신이 그대로 강행되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한 뒤 고심 중이다. 국회에 김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내지 않았다. 그 사이 이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뉴이재명' 그룹과 전통 지지층인 친노·친문 그룹은 대립, 충돌해 내분이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김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외적으로 표명하면 야당과 뭔가 다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인사권자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당을 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김 대표는 "김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과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깎아내린다는 비판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김 의원을) 상임위에서 빼라는 말씀하셨는데, 그런 것을 포함해 맞지 않는다 하면 여러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보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전날엔 추 지사를 만나 면전에서 쓴소리를 했다.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겸 예산·정책협의회에서다. 추 지사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당내에서 (대통령의) 지도급 인사에 대한 비평을 할 때 쓰이는 표현 등에 당 전체가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일반적으로 비평하는 입장이 아니라 여당다운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추 지사는 지난 12일 한 행사에서 김 후보자가 '검찰주의자'인 점을 비판하며 "대통령이 왜 내란 세력에 업혀 전전긍긍하는 것인가"라고 공개 저격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수차 압박했다. 지난 20일에도 "행정안전부는 더이상 윤석열의 용병 '김지용 하기' 대변인 노릇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추 지사에게 "민주당 중진의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의를 준 데 이어 전날과 이날 잇따라 엘로 카드를 내밀었다. 그 만큼 내부 불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가족부·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며 이 대통령 인사권은 큰 상처를 입었다. 김지용 후보자마저 낙오한다면 이 대통령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 수 있다. 김 대표가 강경파 단속에 나선 배경이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이들의 목소리를 마냥 억누르기도 어렵다. 검찰개혁이 여권 핵심 지지층의 최대 숙원이자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완급 조절을 못하면 지지층과의 시각차가 부각될 수 있다. 내분이 본격화,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사 논란을 수습하고 국정 동력을 회복해야 할 시점에 발목이 잡히면 김 대표로선 큰 부담이다.
김 대표 말이 강경파에게 먹힐 지도 불확실하다. 김용민 의원은 즉각 페이스북에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올려 응수했다. 그는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속 구절인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아직 뜨거운 개혁 의지가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전날 회의에서 김 대표 지적에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도 월간회의에선 재정 비상상황 선언과 관련한 여러 논란에 대해 "결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했다.
추 지사는 "7기 이재명, 8기 김동연(전임 지사) 다 같은 당인데 왜 자꾸 까발리느냐고 말한다"며 "까발리거나 질타하기 위한 목적이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지사가 대권 주자 자리라 기존 사업을 다 깎아서 감춰놨다가 대선용으로 쓰려고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참 기가 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추 지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광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자기 정치'는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며 "도정에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핵심(코어) 지지층을 중시하며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주문해 온 유시민 작가는 내홍의 불씨를 키우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또다시 이 대통령을 거칠게 직격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검찰개혁 목표에 관한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다.
유 작가는 '미디어오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검찰개혁, 흔히 민주당의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 다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검찰청을 2개로 나눠 하나는 기소만 전담하고 하나는 수사만 전담하게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최대치였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며 "대통령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대통령이 진작 말했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작가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서로 멸칭을 주고받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지만 그 멸칭을 만들어내고 돌을 던진 것은 이 대통령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1년 동안 해 온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라며 통합을 당부한 데 대해선 "그런 말로 수습할 수 있는 국면은 일찍 지나갔다"고 평가절하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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