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명태균 진술 신빙성 없어"…吳 "국민께 감사" 울컥
입지 넓히며 차기 행보 탄력…국힘 의원 13명 법원 집결
與 "상식 벗어난 판결"…특검 "상고로 잘못 바로잡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법 리스크'를 덜며 기사회생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여론조사 대납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은 23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던 1심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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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재판부는 "오세훈이 명태균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구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명태균의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며 "검사의 입증이 이에 이르지 못하면 피고인의 주장이 일부 일관성이 없어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오래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로부터 조사비용 약 3300만 원을 대납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지난 7월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함께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2100만 원은 대납이 인정된 여론조사 5건 비용에 상당하는 액수다.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몰려 정치인생의 벼랑에 섰던 오 시장은 무죄를 받자 활짝 미소를 지었다. 오 시장은 취재진과 만나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 많은 국민 여러분들 덕분에 버티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 여러분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더 열심히 일해 보답드리겠다"고 말했다. 소감을 전하며 울컥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항소심 판결은 오 시장의 정치적 앞날 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권 등 권력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됐다.
오 시장으로선 지난 수년간 가장 큰 부담을 안겨줬던 사건에서 벗어났다는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그는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5선에 성공하며 주가를 올렸다. 하지만 여론조사 대납 사건으로 발목이 잡힌 채 민선 9기 시정을 시작해야했다. 무죄 판결은 시정의 불확실성을 걷어낸 셈이다.
오 시장은 나아가 국민의힘 내 입지를 넓히며 보수 야권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잡게 됐다. 그는 합리적 개혁 보수를 지향하며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에 소구력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 함께 보수 재건의 적임자로 꼽힌다.
'윤 어게인' 노선을 고수하며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대척점에 있다. 그런 만큼 이번 판결은 비당권파가 오 시장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집 규모와 강도에 따라선 리더십을 잃은 장동혁 지도부의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권 교체와 보수 재건의 불씨가 자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의원 13명은 이날 항소심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1층 출입구 밖에 나란히 서서 오 시장을 맞이했다. 친오세훈계 조은희·권영진·엄태영 의원과 윤상현·김석기·신성범·이만희·김미애·박수민·서명옥·이상휘·김소희·조정훈 의원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함께했다.
오 시장은 최근 보수 통합의 목소리를 높이며 개혁 보수 성향 인사들과 협력 전선을 다져왔다. 지난 7일 국회 수도권주거혁신포럼에 참석해 한동훈, 이준석 의원에 대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도 지난 8월 3일 만나 만찬을 함께했다.
오 시장 생환은 국민의힘의 향후 당권 경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오 시장과 장 대표의 노선 갈등이 서서히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차기 대선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고전하고도 서울을 지킨데는 오 시장 '공'이 절대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오 시장 개인의 인물 경쟁력과 독자적인 중도 확장성이 서울 표심을 붙잡았다는 분석이 많다. 그가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온 배경이다. 오 시장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치인 호감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동훈 의원과의 차기 경쟁, 이준석 의원과의 연대 논의 등이 화제가 되면서 보주 정치 주목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1심 유죄가 2심에서 확정됐으면 오 시장은 사실상 정치 생명을 잃는다. 시장직 상실을 넘어 5년 간 피선거권 제한으로 차기 대권 출마도 불가능하다. 보수 야권으로선 유력한 대선 주자가 사라져 차기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오 시장 낙마를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명태균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대납 혐의를 통째로 지웠다"며 "1심 재판부가 불법 정치자금이라 인정한 돈을 항소심 재판부가 떳떳한 돈이라고 감싸준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이달 초 윤석열의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에도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것이 법원인가, 무죄가 나오는 '무죄 자판기'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박노수 특검보는 취재진에게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상고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는 "결정적 증거들에 대해 재판부에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가 핵심적 증거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런 무죄 결론에 이르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고 받겼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애초부터 직접 증거 없이 몇 사람의 입에만 기댄 편향된 기소였다"며 "특검은 무리한 기소로 서울시정을 흔들고 시민을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판결은 내년 1, 2월 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2심을 파기환송하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유죄가 선고될 경우 내년 4월 혹은 10월 보선이 열린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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