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행 물류비' 떠넘기기 논란…공정위vs롯데 파워게임?

남경식 / 2019-01-25 09:12:16
공정위, 롯데마트 제재 검토…과징금 최대 4000억원 전망
롯데 "업계관행"…이마트·홈플러스 "롯데만의 문제"

롯데마트(대표 문영표)가 납품업체에 물류비 부담을 떠넘겼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검토에 나섰다. 공정위가 롯데마트만 콕 집어 겨냥한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물류비 논란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다른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2012~2016년 318개 납품업체에 물류비용을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 위원회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기소장에 해당한다. 심사보고서에 과징금 규모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과징금이 최대 4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르면 3월 전원회의에서 이번 심사보고서에 대한 최종심결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과징금 4000억원이 부과된다면 단일 유통업체 역대 최대 규모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 판결이 전례가 돼 다른 업체의 물류비 구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롯데마트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위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보관물류' 비용이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이 납품업체에서 물류센터로 보내지는 과정을 '선행물류', 물류센터에 모인 상품들이 대형마트 전국 점포로 보내지는 과정을 '후행물류'라고 한다.

'보관물류'는 선행물류와 후행물류 사이에 일정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를 뜻한다. 대형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물건이 물류센터에 보관되다가 각 점포로 운송되는 사례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선행물류 이후 곧바로 후행물류가 이뤄지는 경우는 '통관물류'라고 부른다.

공정위는 보관물류 상품의 경우, 소유권이 물류센터에 입고된 시점에 납품업체에서 대형마트로 넘어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보관물류 상품은 후행물류 비용 전액을 대형마트 측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납품가의 약 3~6%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체에게 보관물류 상품의 후행물류 비용을 받아오다가, 2017년부터는 이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없었을 때는 납품업체가 상품을 전국 각 점포에 직접 배송해야 했다"며 "물류비용을 받은 것은 물류 대행 수수료 차원이었고, 후행물류 비용의 책임이 모두 유통업체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보관물류든 통관물류든 대형마트가 납품업체의 물류를 대행해준다는 개념에서는 차이가 없다"며 "공정위가 제기한 의혹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납품업체가 물류센터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운송을 하면 비용이 2~3배는 더 들 것"이라며 "각 업체는 물류센터 이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보관물류 또한 납품업체 입장에서도 물류센터까지의 운송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익이다"고 말했다.

 

▲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2012~2016년 318개 납품업체에 물류비용을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 위원회에 상정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이천점 외관 [롯데쇼핑 제공]

 

공정위가 대형마트 1,2위 업체인 신세계그룹 이마트(대표 이갑수), 홈플러스(대표 임일순)는 제쳐두고 롯데마트만 조사한 배경에는 2014년부터 불거진 '삼겹살 갑질'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삼겹살을 납품하던 유통업체 '신화'는 2014년 공정위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롯데마트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정을 신청했다. 신화 측은 롯데마트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삼겹살을 자르는 세절비 전가, 신용카드 판촉행사 비용 전가 외에도 물류 대행 수수료 부당 공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2016년 이 사건에 대한 조정결정서에서 "롯데마트의 '삼겹살 납품단가 후려치기'도 문제지만 '물류비용 떠넘기기'가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조정원은 "납품이 확정된 후 물류센터에서 롯데마트 각 지점으로 삼겹살을 보낼 때 드는 물류비를 신화가 부담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며 "롯데마트는 신화에 전가한 납품 물류비 3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안을 거절하면서 이 사건은 공정위로 넘겨졌다. 2017년 9월 공정위가 전체회의에서 재조사 결정을 내린 이후 여전히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윤형철 신화 대표는 "상품을 각 점포에 택배로 보냈어도 물류 대행 수수료의 10%밖에 안 들었을 것"이라며 "물류 대행 수수료로 공제된 금액이 실제로 물류비로 사용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 이용 여부를 납품업체가 결정했다는 롯데마트의 해명에 대해서도 "만약 그랬다면 물류센터보다 가까운 지역에는 직접 배송을 했을 것"이라며 "강제적으로 물류센터를 이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롯데가 이번 의혹에 대해 정말로 떳떳하다면 엄연히 법무팀이 존재하는데 김앤장을 선임할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롯데마트는 "신화는 통관물류만 사용한 업체라 공정위의 이번 심사보고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공정위가 '삼겹살 갑질' 사건을 조사하던 중 롯데마트의 물류 구조 전반으로 시야를 확대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롯데피해자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삼겹살 갑질' 사례도 소개됐다. 

 

▲ 롯데피해자연합회가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롯데그룹이 갑질경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병혁 기자]

 

한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물류비 논란의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해 롯데마트와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4년부터 보관물류의 후행물류비를 없앴다"며 "이번 문제는 업계 관행이 아닌 롯데마트의 문제다"고 일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보관물류와 통관물류를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후행물류비는 사전 계약에 따라 납품 원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가후려치기, 고무줄 수수료 등 '관행'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유통공룡의 악습이며 신종갑질"이라며 "내수기반의 한국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건강한 상거래질서를 이번 기회에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검토가 무리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납품업체가 대기업이 아닌 이상 전국 대형마트에 직접 배송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수료 받는 것을 비용 떠넘기기라고 하니, 공정위가 유통업을 잘 모른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천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경우 물류비 부담주체에 관한 새로운 법적 접근' 논문에서 "물류비 부담 주체를 둘러싼 논쟁은 거래를 여전히 제로섬 거래라고 바라보고 있는 데서 출발한다"며 "대규모 유통업자가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면 오로지 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는 규제법적 시각은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거래를 위축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경우 물류비용과 재고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이익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납품업자와 유통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급망의 효울화를 도모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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