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정부 눈치, 제도 개선은 불발…車보험 '진퇴양난'

유충현 기자 / 2025-08-11 17:00:18
상반기 손해율 82.6%…4년간 보험료 내리며 적자구조
대체부품·자배법 개정 등 비용절감 정책 줄줄이 좌초
과도한 '앓는 소리' 지적도 "마케팅 채널 역할"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손해율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팔수록 손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한 제도 변화는 막혀 있는 상황이다. 

 

1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6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2.6%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79.3%에 비해 3.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나타낸다.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통상 손해율 80% 초반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는 대체로 이 기준을 소폭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별로는 한화손해보험이 83.2%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83.3%, 메리츠화재 82.5%, KB손해보험 82.3%, DB손해보험 81.7% 등이었다. 

 

손보사들은 지난 4년간 보험료를 내린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주요 손보사들은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2022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7~8%가량 보험료를 인하했다. 

 

▲ 6개 손해보험사의 2024년 및 2025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비교. [손해보험협회 제공]

 

손해율을 개선하려면 '받는 돈(보험료)'을 늘리거나 '나갈 돈(위험관리)'을 줄여야 하지만 모두 여의치 않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표면성 업계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결정한다지만 실상 감독당국과 협의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낸 바 있고, 당정도 이에 호응하며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전체 물가상승률은 2.1% 수준이다. 하지만 보험서비스료는 전년 동월 대비 16.3%나 급등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약 8배나 높다. 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보험료가 상승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까지 인상한다면 정부 물가 정책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위험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제도 개선도 줄줄이 좌초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추진했던 '대체부품 우선 사용' 약관 개정안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자동차 사고 수리 시 순정부품 대신 30-40% 저렴한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사용하도록 해 수리비를 절감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 5일 소비자가 원할 때 추가 비용 없이 순정부품 사용을 허용하고, 출고 5년 이내 신차는 순정부품만 쓰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폭 선회한 방안을 발표했다. 

 

▲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 열린 '자동차보험 제도개편,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잡겠다며 도입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시행령 개정안도 순탄치 않다. 경증환자의 치료 기간을 최대 8주로 제한하고, 이를 넘기는 경우 보험사가 진료기록부를 제출받아 적정성을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보험사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해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경제민주화시민연대·금융소비자연맹·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 등 4개 시민단체도 지난 6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이 개정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 축소 등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손익 추세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며 "작년까지는 전체 실적이 잘 나왔으니 어떻게든 감내할 여력이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체적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계의 '앓는 소리'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보험사 출신 손해사정사는 "자동차보험은 애초 수익보다 고객 확보가 목적"이라며 "2500만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다른 보험상품으로 유도하는 마케팅 채널 역할을 감안하면 단순 손익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순이익이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절대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자동차보험 적자만 부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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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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