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방사청 "경영·영업상 비밀·국익 침해 우려로 비공개"
경찰청 "2019년 5월 레바논서 수입된 총기는 없다…허가 안해"
임종석 등 文정부 고위인사 6차례 레바논행…전문가 "특이하다"
특이한 일이다. 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월 수천억 원 규모의 산탄총과 탄약이 국내에 수입됐는데 행방이 '묘연'하다.
관련 기관인 관세청·방위사업청·경찰청은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의구심을 키운다. 관세청은 무역통계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공개를 거부했다. 방위사업청은 경찰청에 떠넘겼고 경찰청은 "산탄총이 수입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도대체 그 많은 총이 다 어디로 갔을까.
KPI뉴스와 비영리단체 '전쟁없는세상'은 30일 관세청이 지난 2020년 4월 20일 국제연합(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 보고한 내용을 공동으로 취재·분석했다.
그 결과 2019년 5월 레바논으로부터 4억1649만7241달러 어치 스포츠용 산탄총(sporting shot gun, HS코드 930320·MTI코드 524300)과 6만6005달러 어치 탄약이 국내로 들어왔다. 당시 환율로 약 5040억 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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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10년간 대한민국 무기 수입 현황.(HS 코드 8710, 880230, 890610, 93 기준) 관세청은 매년 유엔에 전년도 무기 수입 실태를 보고한다. [출처: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 비영리단체 전쟁없는세상] |
한국무역협회(KITA)의 국내 수출입 품목 통계 현황(K-stat)과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무역통계자료(WITS)에서도 똑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매년 유엔에 국내 무기 수입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며 유엔 무역통계에 나온 내용이 사실임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특정 국가로부터 총기를 수입하면 관세청을 먼저 거친다. 스포츠나 사냥 목적의 총기류는 민수(民需)로 분류돼 경찰청 허가를 받는다. 나머지는 군수(軍需)로 구분돼 국방부 산하 방사청 관리를 받는다.
방사청 "경찰청에 문의하라"…경찰청 "레바논 산탄총 허가된 바 없어"
일명 샷건으로도 불리는 산탄총은 탄환이 흩어지도록 발사하는 총기다. 민간에선 주로 클레이 사격이나 수렵, 군에서는 인명 살상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전쟁없는세상'은 지난 2월 방사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수입된 산탄총이 민수용인지 군수용인지', '군수용이면 어떤 기관에서 무슨 목적으로 구입한 것인지' 등을 물었다.
방사청은 "해당 스포츠용 산탄총은 군용으로 쓰이지 않는 품목이라 경찰청에 문의하라"며 "국익 침해 우려가 있어 상세 내용은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KPI뉴스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2019년 4월과 5월 국내 수입된 총기 중 레바논에서 수입된 총기는 없다. 허가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기간 국내 총기 총수입 내역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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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5월 경찰청이 수입과 수출을 허가한 민수용 총기 종류와 수량 현황. 레바논으로부터 수입한 5040억 상당의 스포츠용 산탄총과 탄약이 빠져있다. [경찰청 제공] |
이 내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와 스위스, 덴마크 등 28개 국가로부터 조준경과 공기 권총, 마취총 등 13개 품목을 수입했다. 그러나 '레바논'이라는 국가와 '산탄총'이라는 총기는 허가목록에 들어있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 대략 10만 정의 민수용 총기를 관리한다"며 "레바논에서 5040억 원 규모 총기가 민수로 들어왔으면 경찰청이 모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통계에 나온 수입 총기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한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은 "실제로 레바논이 무기를 생산하고 이를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걸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대우교수도 "한국이 레바논으로부터 수입할 만한 무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없는세상 측은 "해당 건을 제외하고 전후 몇 년간 레바논에서 한국으로 무기 수출이 전무했다"고 전했다.
文 정부 주요 인사 6차례 레바논 방문…전문가들 "특이하다"
특이한 점은 그뿐이 아니다. 왜 하필 레바논일까.
한국과 레바논은 1981년 2월 수교했다. 1996년 김내성 외무부 장관 특사 이후 지금까지 정부 주요 인사들이 23차례 레바논을 공식 방문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비정기적이었던 방문이 정기적 성격을 나타냈다. 2017년 11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이어 한달 만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레바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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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7년 12월 11일(현지시각)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으로 활동 중인 동명부대를 방문해 장병 노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인사와 함께 벽시계 선물을 전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해가 바뀌어 2018년 5월과 12월 오영주 다자외교조정관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각각 '시리아와 주변국 지원', 동명부대 격려의 이유로 레바논으로 향했다.
2019년 5월엔 여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2022년 2월엔 서욱 국방부 장관이 각각 '국방협력', 동명부대 기강 확립 등의 명분으로 레바논을 방문했다.
문 정부 시절 당·정·청 고위 인사들의 레바논행이 무려 6차례였는데, 양국 수교 43년 간 역대 어느 정부때보다 가장 많이, 또 가장 짧은 간격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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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2022년 레바논을 방문한 대한민국 주요 인사 현황. [출처:외교부 누리집] |
성일광 연구실장은 "레바논에 우리나라 전투파병부대인 동명부대가 있어 위로‧위문차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문 정부 주요 인사들이 6차례나 방문한 점은 특이하다"고 지적했다.
전쟁없는세상 측은 "산탄총 수입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관계 기관 허가를 피할 수 있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다른 품목을 허위 신고한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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