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인정한 판례 추가
에피스 지배력 쟁점…공동 vs 단독
콜옵션 부채 인식·자본잠식 위기 논란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1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 등에 대해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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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의혹'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윤경 기자] |
이날 공판은 검찰이 법원에 제기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재판부가 허가하면서 시작부터 술렁였다. 검찰은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을 공소사실로 추가하며 지난달 27일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취소 청구 소송에서 2015년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과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측 신청 내용이 "(재판과) 미미해도 관련성은 있다"고 보고 "공소장 변경을 채택하겠다"고 판결했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 판단과 배치되는 판정을 수용한 것으로 향후 판결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분식회계 및 허위공시 의혹 등에 대해 무죄로 판결하며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정에 무게를 두면 이 회장의 '무죄'는 지속되지만 서울행정법원의 결론이 더 타당하다고 보면 판결도 바뀔 수 있다.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공방…콜옵션에 주목
검찰과 이 회장측 변호인들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위법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측은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인용해 '회계 부정'을 공격했고 이 회장측은 '타당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논쟁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지분에 대해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주식매입권리)으로 집중됐다. 콜옵션에 대한 가치 평가와 바이오젠의 지배력 행사 근거가 쟁점이 됐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합작계약 체결 당시 15% 지분과 2018년 6월 30일까지 주식 '50%-1주'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검찰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와 공동으로 에피스를 지배하고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동의권도 가지는데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에서 단독으로 지배권을 변경했다고 봤다.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회사의 지분 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꿔 4조5000억 원을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까지 콜옵션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고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인식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인 2015년 9월에야 콜옵션을 부채로 잡아 자본잠식 위기를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자본잠식을 피하고자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증빙 서류까지 위조했다고 질타했다. 종속기업은 부채를 100% 인식해야 하지만 관계기업은 지분법상 자산과 손익, 부채 등을 지분율만큼만 반영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합병 전 부채를 인식했다면 자본잠식 때문에 삼성물산 재무제표에 문제가 생겨 합병비율 적정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삼성바이오는 상장도 어려워질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5년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상실 사유로 원심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에 대한 국내 판매 승인을 중요 이벤트로 봤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에피스는 누가 지배?…자본잠식도 논란
이 회장측은 반발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의 단독 지배를 합리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는데 이를 엄격하게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측이 제기한 자본잠식 위기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콜옵션에 대한 1조8000억 원 상당의 부채와 4조5000억 원 규모의 처분 이익을 동시에 인식, 부채만으로 자본잠식을 주장하는 검찰측 주장은 '틀렸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측은 "검사는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가 자본잠식 회피 목적이라는데 전제부터 틀려 타당하지도 않다"고 일축했다.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이 잠재적 의결권을 지녀 사실상 에피스를 공동 지배하는 구조'라는 검찰측 주장도 반박했다.
변호인은 "콜옵션과 같은 잠재적 의결권은 여러 상황 검토 후 실질적이라고 판단한 경우만 고려하는데 2015년 에피스의 사업불확실성이 해소 단계에 들어선 후부터 실질적 권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까지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3상도 못 끝냈지만 2015년 국내 판매 승인 획득 등 괄목할 사업 성과를 냈고 이후 회사 경영도 본궤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외에 콜옵션 부채 인식 건은 "전문가들의 객관적 의견이 '평가 불가'였다"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계처리 위조' 지적도 인정하지 않았다.
남은 논쟁은 결심 공판으로…추가 의견서 요구
재판부는 '이 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 문서와 다른 설명'을 했고 '종합적 검토라면서 단선적 답변을 제시한 점'을 지적하며 추가 의견을 내라고 요구했다. 검찰 측 증거들이 "변호인 말처럼 말이 안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이 역시 "의견서로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11월 25일 시간 제한 없이 변론 기회를 제공하며 양측의 주장을 수렴할 예정이다. 오는 28일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범행 동기 및 배경, 업무상 배임, 이사회 합병 결의에 대해 집중 조사한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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