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고도화에 구분 모호..."AI시대 맞는 법체계와 기준 재정립해야"
이성훈 CIO "디지털 세상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나 새로운 조합"
| ▲ 제이슨 앨런(Jason Allen)이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해 만든 그림 '우주 오페라 극장'. [미드저니 홈페이지] |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사회, 경제, 문화 등 AI가 개입하지 않은 곳은 찾기 어렵다. 인간 창의력의 정수를 따르는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 콘텐츠계는 이미 AI가 없어서는 안 되는 분야가 됐다. "AI는 결코 무한한 인간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하는 예술의 영역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던 많은 전문가의 예측은 빗나갔다.
미술계 일부는 AI가 빚어낸 작품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마당마저 열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진 작가들과 관객들은 AI의 편의성과 탁월한 성능에 심취, 앞다퉈 관련 콘텐츠를 생산·소비하고 있다. AI그림을 '작품'이 아닌 '제품'으로 폄훼하기엔 현재의 AI미술 발전 속도는 가히 눈부시고 경이롭다.
대중음악계의 변화도 무쌍하다. 김광석,존 레논 같은 고인의 목소리를 살려내는가 하면 유튜브에는 아이유의 목소리를 흉내 낸 AI 커버 곡이 등장하기도 했다. 만화계에서는 이현세 작가가 44년간 창작한 만화책 4174권을 습득한 AI가 혼자서도 만화를 그려내는 'AI 이현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전반에 AI기술이 스며들자 저작권 논쟁이 활화산처럼 분출하고 있다. 미술계의 경우 "AI기계가 만든 작품을 예술로 봐야 하느냐","AI를 활용한 작품을 어디까지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물음과 함께 저작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이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다.
핵심은 AI콘텐츠에 저작권을 부여할 것이냐다. 이 대목에서 미국 AI개발자 '스티븐 타일러'의 판례는 시사점이 적잖다. 타일러는 2018년 인간이 그린 그림과 유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AI창작기계(Creativity Machine)를 개발했다. 5년 뒤 타일러는 자신의 기계가 생성한 작품 '파라다이스로의 최근 입구'의 저작권을 인정받으려 미국 저작권청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저작권청의 판단은 타일러의 기대와 달랐다. '해당 작품의 경우 창작 과정에 인간의 개입보다 AI의 능력인 자동 생성 기술의 영향력이 더 컸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인간의 역할 정도에 따라 AI콘텐츠에도 저작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또 다른 유사 사례. AI기술을 활용한 미국 만화 '새벽의 자리야'는 같은 저작권청으로부터 '대사와 구성, 편집'에 대한 부분적인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삽화 제작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사실이지만 이를 배열하고 배치하는 등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적으로 작가의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부분적인 저작권 인정일 뿐 AI가 만든 개별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거부된 셈이다.
국내 사례도 있다. 유명 작가의 시를 AI가 학습해 만들어 낸 영상물을 2차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등록을 시도한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물의 기준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이란 이유로 관련 AI 영상물의 등록을 반려했다. 지난해 문화체육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간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보면 현재 우리 정부의 AI 관련 저작권 접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해당 책자에는 'AI 창작물'이 아닌 'AI 산출물'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며 'AI가 만들어 낸 텍스트·이미지·음원을 창작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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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저니 사이트를 통해 제작된 작품들. [미드저니 홈페이지] |
종합하면 각국 저작권 당국은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인정에 상당히 제한적이며 보수적이다. 문제는 진화하고 있는 AI가 이제 스스로 학습 과정을 거쳐 초기 기획부터 창작까지 업무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콘셉트를 입력하면 로봇과 AI가 작가적 상상력까지 발휘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이 AI를 단순한 도구로 사용했는지 창작 본연의 일까지 떠넘겼는지도 헤아릴 수 없다. 어디까지 사람의 몫이고 어디까지 AI의 역할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이 도래하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AI를 끌어들인 어떠한 창작물도 아예 저작권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기도 한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인간이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기에 반드시 관련 콘텐츠에 저작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야 어떻든 AI창작물이 봇물 터지듯 세상에 쏟아져 나오기 전에 기존의 저작권법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의 범위 구획정리와 아울러 인간과 AI의 역할 범위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AI 기술에 정통한 현대해상 이성훈 CIO의 견해는 참고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술 분야의 경우 관련 AI기술은 보통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미지 알고리즘)기법을 주로 씁니다. 명령자인 사람은 프롬프트로 여러 정보요소(아규먼트)를 지속적으로 AI에 제공하고 AI는 이를 수천 회부터 수만 번까지 반복하며 결과물을 만들어 내죠. 인간은 이 과정에 여러 정보요소를 제공하며 딥러닝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파인튜닝이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를 통해 나온 결과물에 저작권을 주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이런 독창적인 과정 자체를 저작권으로 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개별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방향보다는 그 과정을 인증하는 기존의 '개념특허'와 같은 별개의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저작권 당국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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