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사고 브레이크등 표시는 햇빛 반사·플리커 현상이 대다수
최근 3년간 의심사고 감정 의뢰 건수 2배 증가해 업무 과중 상태
'또 급발진.'
2022년 12월 강릉에서 KG 모빌리티 티볼리에 탑승했던 11세 이도현 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작년 10월엔 서울 용산구에서 가수 설운도 씨 아내가 몰던 벤츠 S클래스 사고로 10여 명이 다쳤다. 또 지난달 4월 경남 함안에서 현대차 투싼에 타고 있던 66세 여성 운전자와 11개월 손녀가 탄 차량이 전봇대에 부딪혀 전복됐다.
사고 차량 운전자들은 '급발진 의심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오면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KPI뉴스는 17일 강원도 원주 국과수에서 차량기술사인 전우정 교통과 과장을 만나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한 설명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
▲ 전우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과장이 17일 강원도 원주 국과수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현환 기자] |
ㅡ급발진 의심사고는 피해가 큰데 예방 조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운전 중에 문제가 생기면 페달에서 발을 떼고 EPB(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한다'고 꼭 당부하고 싶다. EPB를 계속 작동시키면 엔진 출력이 감소하면서 차량이 완전히 정지해 급발진 의심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주행 중 문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내 발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당황한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해 상황이 심각해진다. 국내 운전자들의 운전 습관이 바뀌면 급발진 의심사고와 같은 인명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ㅡ국과수 교통과는 어떤 일을 하나.
"과학에 근거해 교통사고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드론과 사고기록장치(EDR), 시뮬레이션 등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완벽히 재현하고 확인한다. 전국 7곳에서 일하는 총 22명이 급발진 의심사고를 감정한다. 국민 안전을 위해 새로운 범죄 수사 기법도 연구한다."
ㅡ국과수가 정의한 '급발진 의심사고' 개념과 감정 과정은.
"급발진 의심사고는 '자동차가 정지 또는 매우 낮은 초기 속도에서 명백한 제동력 상실을 동반하는, 의도와 예상하지 않은 고출력 가속도 내는 사고'다. 자동차의 가속과 제동은 독립된 메커니즘이다. 모든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다 멈추게 설계됐다. 그동안 국과수 교통과는 자동차 제동력과 제동장치 검사를 많이 했다. EDR을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 모듈 데이터로 시뮬레이션해 급발진 여부를 감정했다.
또 국과수는 '자동차 브레이크 등에 불이 켜져 있는데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는 운전자와 유족의 자동차 후미등과 제동등, 방향지시등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해 왔다. 감정 과정에서 햇빛 반사인 난반사(亂反射)나 태양 각도에 따라 등에 불이 들어온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디스플레이나 조명 빛의 밝기가 계속 변하는 플리커(Flicker) 현상을 등이 들어온 거로 착각한 경우도 태반이었다."
![]() |
|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과는 급발진 의심사고 사고현장을 3차원으로 구현해 감정한다. [김종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과 실장 제공] |
ㅡ급발진 의심사고 감정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흔히들 EDR 데이터를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받는다고 말하지만, 국과수는 2015년 12월 19일에 시행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사고 난 차량에서 직접 추출한다. 국과수는 이 EDR을 토대로 자동차 전·후방 영상, 사고 현장 CCTV 등을 확인한다. 영상은 프레임 단위로 분석한다. 또 △엔진 회전음 △운전 중 기어의 위치와 변환 상태 여부 △자동긴급제동장치(AEB) 작동 조건 △엔진제어장치(ECU), 변속기제어장치(TCU), 제동제어장치(ABS/ESC) 등을 철저히 검사한다.
급발진 의심사고 순간만 보지 않고 직전 상황도 자세히 확인한다. 급발진 의심사고 대부분이 1차 사고가 먼저 터진 뒤 이어진 사고이기 때문이다. 운전자 대다수는 당황한 상태에서 1차 사고 후 차를 갑자기 멈추려고 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오조작해 결국 급발진으로 이어진다. 국과수는 이 모든 걸 교차 검증한다. 신뢰도까지 검토한 뒤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정서를 작성한다."
ㅡ현재 국과수 교통과가 겪는 어려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급발진 의심사고 감정 의뢰가 약 2배 증가했다. 최근엔 교통사고 관련 보험사기도 급증해 업무가 매우 과중한 상태다. 매년 추가로 행안부에 인력 확대를 요청했지만, 계속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엔 기존 22명에서 21명으로 1명이 줄 예정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산도 같이 축소될 전망이다. 국과수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언론 질타도 늘어만 가는데 우려가 크다."
ㅡ최근 국과수 급발진 의심사고 감정 결과를 두고 불신하는 분위기가 있다.
"국민 정서와 국과수가 감정 결과가 달라 생기는 문제다. 기계는 단순하다. 거짓말하지 않는다. 급발진 의심사고 대부분은 '운전자 가속 페달 오조작 사고'다. 이 결과가 경찰 수사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급발진'을 주장하는 유족과 피해자가 말하는 방향에서 많이 어긋난다. 이것이 현재 국민이 국과수를 의심하고 불신하며 욕하는 배경이다."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