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원윳값 104원 ↑" vs 정부 "인상 자제"…샌드위치 유업계 한숨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3-07-24 16:35:11
유업계, 정부 압박에 걱정 커…"우윳값 못 올려 적자날 수도"
낙농가와 올해 원윳값 인상폭을 협상 중인 유업계에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
최소한으로만 올려도 원윳값이 2년 연속 최대 인상폭을 경신하게 된다. 그 상승분을 정부 압박 탓에 우윳값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까봐 유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24일 오후 10차 원윳값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 모두 입장차가 커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낙농가는 원윳값을 리터당 104원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유업계는 너무 부담스럽다며 69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협상 시한은 다음달 1일이나 결국 넘길 듯 하다"며 "작년에도 협상 시한을 3개월이나 초과해 11월에야 겨우 협상이 타결됐다"고 말했다.
현재 원윳값 인상폭은 최소로 해도 매우 크고 '원유가 연동제'로 인해 우윳값도 자연히 오른다. 인상률은 소비자 관심의 초점이다.
유업계 주장대로 리터당 69원만 올린다고 해도 원윳값은 지난해 수준(리터당 49원)을 초과해 2년 연속 최대 상승폭을 경신하게 된다. 낙농가 관계자는 "작년부터 사료값, 인건비 등이 폭등한 탓"이라며 "사실 리터당 104원 인상도 생산비 상승분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덩달아 우윳값도 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리터당 2800원 안팎인 흰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30대 직장인 A 씨는 "국내 우윳값은 해외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여기서 더 올리면 우유를 안 살 것 같다"고 불만을 토했다.
국제 물가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한국 리터당 흰우유 소비자가는 평균 2747원으로 전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일본(1801원), 영국(1732원), 미국(1310원) 등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는 해외처럼 대규모 목장이 없다 보니 원윳값이 무척 비싸다"며 "자연히 우윳값도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40대 주부 B 씨는 "우윳값이 비싸 요새는 수입 우유를 주로 사 마신다"고 했다. 수입 흰우유 가격은 보통 리터당 1300~1600원 수준으로 국내 흰우유의 절반 수준이다.
매년 치솟는 우윳값 때문에 수입 우유 인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해 상반기 국내 우유 수입액은 총 1531만 달러로 전년동기(1048만 달러) 대비 46.1% 급증했다.
소비자와는 반대로 유업계는 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해 손해를 볼까 전전긍긍한다. 정부 압박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등 유업체 10여 곳을 불러 제품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유업계 관계자는 "리터당 3000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거기까진 못갈 듯하다"며 "정부 압박으로 2900원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유업계에서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올해부터 도입된 원윳값 책정에 도입된 '용도별 차등가격제'다. 기존 생산비 연동제가 생산비 증가분을 그대로 원윳값에 반영하는 것과 달리 새로운 제도는 소비 시장 흐름 등을 원윳값에 반영해 생산비만큼 뛰지 않도록 조절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할 경우 올해 원윳값이 리터당 127원 이상 올라야 하는데, 새로운 제도로 원윳값 인상폭을 69~104원으로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윳값 인상폭을 축소한 만큼 우윳값 인상 자제 압박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우윳값을 조금밖에 올리지 못할 경우 자칫 팔수록 손해만 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흰우유는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윳값을 못 올리게 압박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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