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아버지만 한 아들 될 수 있을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7-02 11:45:30

현대차 ICCU 결함 문제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조사 중
집단 소송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ICCU 문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기아 EV9 사전 예약

현대차 그룹의 약진이 놀라울 정도다. 전 세계 완성차 그룹 가운데 지난 2010년 포드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선 데 이어 작년에는 모두 684만5000대를 팔아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또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를 제치고 국내 상장사 가운데 영업 이익 1·2위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현대차 그룹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자동차의 본질 중 으뜸인 품질 문제에 잇따라 잡음이 들리고 있다. 더구나 품질 문제를 대하는 현대차 그룹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은 우려를 더욱 키우는 상황이다.

미 NHTSA, 아이오닉5의 ICCU에 대한 조사…집단 소송 움직임도

문제는 미국에서 처음 불거졌다. 아이오닉5 운전자들이 차량을 운행하는 도중에 갑작스러운 동력 상실을 경험했다며 결함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접수된 불만이 3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TSA는 아이오닉5의 통합충전제어장치(ICCU·Integrated Charging Control Unit)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예비 평가에 들어갔다.

결과에 따라서는 대규모 리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부에서는 이 문제로 집단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문제는 쉽게 가라앉기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그룹, ICCU의 문제 파악하지 못한 듯

ICCU는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 그리고 전기차 전력을 외부에서 사용 가능하게 하는 여러 전기 장치를 통합해 놓은 모듈을 말한다. 이처럼 통합된 모듈로 관리하도록 한 것은 현대차 그룹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최초이고 유일하다.

그런데 ICCU의 결함에 대해 현대차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처음에는 퓨즈의 문제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고속 충전 때문이라고 했지만, NHTSA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이러한 현대차 그룹의 변명이 모든 경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ICCU가 아이오닉5뿐 아니라 현대차가 자랑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하는 다른 전기차에도 채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오닉6, 제네시스 GV60, 기아차의 EV6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품질 문제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MotorTrend)의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2023)로 선정됐다. [현대차그룹 제공]

ICCU 문제 해결 안 된 상태에서 기아차 EV9 마케팅에 전념

현대차 그룹은 최근 기아차의 EV9을 발표하고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기아차의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고급 차를 지향하면서 보조금을 받더라도 풀옵션의 경우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급 차종이다. 기아차는 EV9에 채용된 ICCU는 기존 제품에 비해 성능이 개선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동력 상실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ICCU가 뒷좌석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자칫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아차는 사전 계약이 일주일 만에 만 건을 넘어섰고 사전 계약자의 60%가 기존에 기아차를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이라면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 경영은 퇴색하는가?

과연 선대회장인 정몽구 회장이 경영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연출됐을까? 지금의 현대차를 만든 핵심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몽구 회장 이전의 현대차는 미국에서 중고차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싸구려 차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를 인수한 뒤 카니발을 자신의 집 앞마당에 세워놓고 분필로 도어와 시트, 이음새 등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또 미국의 자동차 부문 유명 마케팅업체인 JD파워에 품질 컨설팅을 맡긴 뒤 지적 사항을 액자로 걸어두고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의 한 수로 불리는 '10년간 10만 마일 무상보증'이라는 승부수를 내놨다. 당시 포드와 GM은 3년 3만6000마일, 도요타 5년 6만 마일을 보증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품질에 문제가 많은 현대차가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으로 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품질에 대한 뚝심은 2006년 미국 신차 품질 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품질 경영이 현대차를 완성차 제조업체 세계 3위라는 업적을 쌓게 만든 것이다.

과연 정몽구 회장의 이러한 경영방침에서 본다면 ICCU의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고 신차에 적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었을까?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만 한 아들이 될 수 있을까?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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