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엔터사업, 운(運)도 기(技)도 다했나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6-27 13:53:07
현금 투입 최소화하면서 진정성 의심 받아
K-콘텐츠 선두주자에 걸맞은 경영능력 재정비 필요
CJ CGV의 대규모 유상증자 충격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1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CJ CGV의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해 2004년 12월 상장 이후 최저가 수준으로 추락했다. CJ CGV의 최대주주이자 지주사인 CJ는 물론 CJ 그룹 다른 계열사의 주가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CJ CGV의 유상증자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우선 그 규모가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규모라는 점이다. 모두 1조200억 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는 발표 당일의 시가 총액 7000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주식수로 따져서도 역시 기존 상장 주식 4772만의 1.5배에 달하는 7470만 주가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일반 투자가 입장에서는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찰 600억 원으로 1조원 대 유상 증자 후 지분은 유지
이번 유상증자는 최대주주가 자기 돈은 최대한 적게 넣겠다는 의도가 읽히면서 일반 투자가들은 배신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전체 1조200억 원 유상증자 가운데 5700억 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라고 발표했다. CJ CGV의 지분 48.5%를 보유한 CJ에 배정되는 물량은 2500억 원에 달하지만 600억 원만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1900억 원어치는 실권주로 만들어 공모나 3자 배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CJ CGV에 대한 CJ의 지분은 떨어져야 하지만 CJ는 묘수를 부렸다.
CJ가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현물출자 가액은 법원 인가를 통해 확정되지만 최근 회계 법인을 통해 4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상증자 이후에도 CJ는 CJ CGV의 지분율을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물출자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CGV에 도움 안 돼
문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CJ CGV의 재무구조 개선이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점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알짜 비상장사로 알려진 올리브영과 2019년 분리한 회사로 IT서비스를 주 업무로 한다. 업무 자체가 CJ CGV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 순이익이 273억 원에 불과해 CJ CGV의 지난 1분기 적자 387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국 CJ CGV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을 팔거나,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 이외에는 재무구조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이자부담은 여전…매각 전 작업?
더구나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 된다 하더라도 전체 조달 자금 가운데 3800억 원만 부채 상환에 사용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CJ CGV의 부채규모가 3조2526억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부채비율이 912%에서 240%로 낮아진다고 하지만 이 역시 CJ올리브네트웍스의 현물 출자로 자본총계가 커져서 회계상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은 여전히 안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유상증자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CJ그룹이 CJ CGV를 더 이상 떠안고 가기가 힘에 겨운 상황에서 꺼내든 마지막 카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J CGV를 사모펀드 등에게 팔아넘기기에 앞서서 회계 장부를 '마사지'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과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CJ CGV, 무모한 튀르키예 투자는 꼭 반추해야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만 기업 경영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경영(技)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늘의 운(運)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CJ CGV의 경영 악화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바로 코로나 사태이다. 누군들 코로나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코로나 사태가 영화관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을 경영진인들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멀티플렉스 영화관 가운데 유독 CJ CGV의 타격이 큰 것을 보면 경영(技) 측면에서 패착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모한 해외 진출, 그 중에서도 튀르키예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최대의 오판이라고 할만하다. 물론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 역시 예상치 못한 운(運)의 영역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추해보면 투자 규모나 투자 자금 조달 방법 등에서 비관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CJ그룹 냉정한 경영 판단으로 K컬처 선두주자 위상 되찾아야
CJ그룹이 우리나라 대중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CJ CGV가 1998년 구의동에 첫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열었을 때, 영화관 하나가 우리 영화 산업을 혁신할 거라는 생각은 오직 CJ그룹의 의사 결정자들만 알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드림웍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 CJ E&M, tvN으로 이어지는 CJ그룹의 선제적 투자가 지금의 K-콘텐츠를 있게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CJ가 왜 CJ CGV를 정리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내몰리게 됐을까? 대중문화를 통해 국가의 격을 높이겠다는 초심을 잃어버린 때문은 아닐까?
초기의 의사결정 과정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면밀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자칫 씨는 CJ가 뿌리고 열매는 누리지 못하는 낭패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를 일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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