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하나만 살 순 없나요?…약국 상술에 소비자 지갑 '텅텅'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06-27 10:41:45
일선 의원에선 감기에 항생제·정장제 등 비급여약 처방
"속는 줄도 모르고 당해" vs "증상에 맞는 약 처방·판매"
부산 강서구에 사는 A 씨는 작년 봄 초등학생 아들에게 약 심부름을 시켰던 일을 떠올리며 다시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A씨는 환절기를 맞아 가정상비약으로 챙겨두기 위해 아들에게 종합감기약 한통을 집 근처 약국에서 사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이 가져온 건 덱시부프로펜 성분의 진통소염제와 프로폴리스 정제였다. 그는 27일 "프로폴리스가 면역력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당초 종합감기약이라 써 있는 복합제만 필요했다"며 "끼워 판 프로폴리스가 비싸지는 않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약국이 고질병인 '끼워팔기' 행태로 소비자에게 끼치는 피해가 적지 않다. 감기 환자에게 생약으로 불리는 한약과 면역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진통소염제와 함께 주는 게 일례다.
소비자들은 "어련히 알아서 주겠거니"라는 생각에 약국에서 내미는 약들을 의심 없이 산다. 집에 돌아와서야 구매한 약들이 판피린이나 판콜과 같은 종합감기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뜨린다.
통상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의 해열소염진통제나 은교산, 갈근탕 등 한약제제는 소비자가 문제삼지 않는다.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약이며 성분도 달라서다.
하지만 제공된 약들의 효능과 성분이 모두 동일하거나 소위 영양제라고 불리는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는 경우는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1만 원에 가까운 약값을 낸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약을 끼워파는 약국의 상술에 당했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약국들은 환자 증상에 맞춰 필요한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통상 질병의 근본 원인이 면역기능 저하인 만큼 프로폴리스와 비타민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약국과 함께 일부 의원도 불만의 대상이다. 과잉 처방 때문이다. 주치료약 1, 2개와 보조약 2, 3개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에 7, 9개 약으로 구성된 처방전을 내는 것이다.
동일 효능의 약을 중복 처방하는 일은 예사다. 감기 질환에 항생제와 정장제, 소화제를 끼워넣기도 한다.
특히 항생제가 문제가 된다. 부작용이나 내성이 유발될 수 있어서다. 보건당국은 감기의 원인이 바이러스이기에 일부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의약업계 관계자는 "주치료제와 함께 처방되는 일부 보조 약물들은 비급여다 보니 기본적으로 약값이 비싸다"며 "하지만 세균 감염 등 다양한 원인들로부터 질환이 유발됐을 수 있어 처방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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