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백현마이스' 개발사업 공모 심의위원 명단 유출 의혹

송창섭

realsong@kpinews.kr | 2023-05-31 17:01:58

메리츠증권·한화·NH투자증권 3곳 컨소시엄 꾸려 참여
한화 컨소 "메리츠, 비공개 심의위원 일부에게 접촉"
유출 의혹 6명, 성남도개공 선정 심의위원에 포함돼
성남시의회도 진상조사 요구…市, 공식 감사 착수

코엑스 1.4배에 달하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0만 6350㎡ 부지에 컨벤션과 업무시설, 호텔 등을 짓는 '백현마이스' 도시개발사업 공모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컨벤션센터 등을 짓는 '백현마이스' 공모 사업을 주관한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 [뉴시스]

우선협상대상자 심사 과정에서 사전 심의위원 명단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 사업은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중심에 선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가 공모를 주관하는 것이어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제2의 대장동' 사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성남도개공 상급기관인 성남시는 공모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등 경위파악에 나섰다.

2조7000억 원 가량 투입되는 이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2025년 착공에 들어가 2030년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사업에는 메리츠증권·DL이앤씨(옛 대림산업)·태영건설·계룡건설산업 등으로 구성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과 한화·삼성·금호건설·미래에셋증권 등이 참여한 '한화 컨소시엄', NH·하나증권·GS건설, 한양 등이 꾸린 'NH투자증권 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냈다. 3파전인 셈이다.

31일 시에 따르면, 성남도개공은 지난 8일~12일 토목·교통·도시·건축 등 8개 분야 심의위원 17명을 공개모집했다. 공모에 응한 1210명을 상대로 최종 심의위원 17명의 10배수인 170명을 사전 선발했다. 시 관계자는 "170명 외에도 5배수인 85명을 예비 사전 심의위원으로 꾸리는 등 총 255명을 추려냈고 서류검토 끝에 255명 중 159명을 사전 심의위원으로 뽑아 명단을 봉투에 밀봉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 이후다. 입찰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한화 컨소시엄 관계자는 평소 알고 지낸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심의위원 공모에 응한 그 지인은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전 심의위원에 포함돼 있다고 들었다. 직접 만나 우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화 컨소시엄은 주변인 중 5명이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성남시를 찾아가 명단 유출 경위를 항의하는 한편,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겼다. 시 조사 결과, 한화 컨소시엄이 제출한 6명은 성남도개공이 선정한 사전 심의위원(159명)에 포함돼 있었다. 명단 유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UPI뉴스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화통화 녹취록을 최근 입수했다.

다른 사업자 항의에도 성남도개공은 지난 25일 입찰을 강행했다. 성남도개공은 입찰에서 응모에 참여한 1210명 전체를 대상으로 심의위원 17명을 다시 추려냈다. 유출 의혹 논란이 제기된 159명을 빼지 않고 모두 포함시켜 재선정한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재선정된 17명 명단에는 한화 컨소시엄이 문제 삼은 6명은 들어있지 않았다. 입찰 결과, 우선사업자는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탈락한 컨소시엄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화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전 심의위원 159명은 명단이 사전에 유출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들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 중에서 심의위원을 선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성남도개공은 그러나 "명단 유출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논란이 되는 159명을 뻬고 나머지 인원으로 8개 분야별 심사위원을 안배하기가 매우 어려웠다"며 "특정 분야에 지원자 쏠림이 심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백현마이스 가상 전경. [뉴시스]

한화 컨소시엄은 성남시에 심의위원 명단 유출에 대한 조사 등을 공식 요청했다. 성남시의회도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덕수 성남시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명단이 유출됐다고 신고받은 상황에서 공모를 중단하고 심의위원을 재모집해 심사를 늦추는 방법이 있었지만 성남도개공은 입찰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성남도개공이 입찰 방식 변경에도 각 컨소시엄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성남도개공 관계자는 "입찰장에서 각 컨소시엄에 양해를 구했고 동의를 받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 컨소시엄은 "선발 순서 등 세부사항에 대한 설명만 있었을 뿐, 입찰논란 및 방식변경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명단이 밀봉됐기에 외부로 유출될 수 없다는 성남도개공과 특정 컨소시엄 홍보 전화를 받았다는 한화 컨소시엄의 입장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시가 수사를 의뢰하면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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