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주식 갖고도 시총 22조…LG화학 저평가의 근본 이유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6-03-18 17:39:07

사외이사 전원 학계 인사…이사회 의장은 정외과 교수
이사회 반대표 '0건'…주요 주주 면담요청은 7차례 거절

LG화학은 세계 4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9% 넘게 갖고 있다. 그 지분의 시장 가치만 따져도 70조 원이 넘는다. LG화학 전체 시가총액(약 22조 원)의 세 배다. 이 지분만 해도 회사 전체 값의 세 배다. 왜 이렇게 저평가됐을까.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Palliser Capital)은 이 질문을 LG화학 이사회에 던졌다.

 

18일 KPI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팰리서는 최근 LG화학 10대 주주 자격으로 이사회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구성원에게 7차례가 넘는 면담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공개 중요정보 유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LG화학 측이 제시한 거절 사유였다.

 

▲ LG화학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LG 제공]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배터리 지분이 70조 원인 회사가 22조 원짜리 취급을 받는 이유를 이사회 구성에서 찾는다. 기업경영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이 채워진 탓에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LG화학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이사회 7명 중 사외이사는 4명이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천경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영한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전원이 학계 출신이다. 이 가운데 정치외교학자인 조 교수가 올해 2월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LG화학의 이사회 안건 의결사항을 보면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역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사외이사는 지난해 개최된 7차례의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100% 찬성표를 던졌다. 5차례 열린 감사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이 교수는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결정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것"이라며 "비즈니스 경험 없는 분들이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자본 배치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그런 능력이 없는 분들을 모시고자 하고, 그분들은 연임을 원하다 보니 회사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안 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LG화학 2025년 사업보고서 내 이사회 중요의결사항 일부 화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LG화학 기업가치 저평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물적분할 결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20년 이사회는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리해 별도 상장하는 물적분할을 승인했다. 배터리 사업이라는 알짜배기를 따로 떼어내겠다는 결정이었다.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당시 10.28%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그 결과가 지금의 주가다. 한때 주당 100만 원을 넘었던 것이 지금은 30만 원 안팎에 그친다. 약 5년 전인 2021년 초에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주자가 있다면 약 70%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 신학철 전 LG화학 부회장은 재임 기간 주가가 폭락해도 수십 억원의 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만 좋으면 경영진의 보상에 문제가 없는 구조라서다. 미국 등에서 CEO 보상의 70~80%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일본 히타치 사례를 들어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히타치는 2009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뒤 수십 개에 달하던 상장 자회사들을 팔거나 완전히 흡수합병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처럼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는 구조를 스스로 해소한 것이다. 이사회도 바꿨다. 전직 경영인과 외국인 전문가들로 채웠다. 이후 히타치의 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에서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남우 교수는 "TSMC를 비롯해 외국에서 소위 잘 나가는 회사는 거의 다 외국인 이사가 많다"며 "우리나라도 이사회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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