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공정위·검찰 칼날에 3세 승계 '깜깜'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05-24 16:11:48
공정위 감시로 '변칙 증여' 불가…자산처분 등 대안
박태영(45) 하이트진로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공정거래위원회 감시와 검찰 수사에 막혀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이 공정위와 검찰 수사망에 걸린 것은 2018년의 일이다. 박 사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하이트진로 일감을 부당하게 몰아준 '편법 증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날 열린 항소심에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실형은 면했지만 공정위의 철통 감시는 남아 있다. 박 사장 부친 박문덕 회장은 73세의 고령이다.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하지만 '변칙 증여' 수단은 사실상 막혔다. 박 사장은 지주사와 하이트진로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아 배당을 통한 자금 마련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이트진로는 1924년과 1933년 각각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와 조선맥주를 모태로 한다. 2007년 작고한 고 박경복 명예회장이 조선맥주를 기반으로 계열사를 부지런히 늘리며 덩치를 키웠다.
히트상품은 '하이트'다. 1993년 선보인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에 맥주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급기야 사명도 하이트맥주로 변경했다. 2001년 박 명예회장 차남 박문덕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 회장은 2005년 소주업체 진로를 인수해 종합주류회사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2008년 하이트맥주를 인적분할하고 지주사 하이트홀딩스를 세웠다. 2011년 하이트홀딩스는 하이트진로홀딩스로, 하이트맥주는 진로를 통합한 하이트진로로 거듭났다.
박 회장은 2014년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겼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선진국형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마냥 보이지만, 이 시기는 3세 경영을 위한 시간벌기로 여겨진다.
박 회장은 슬하에 큰 아들 박태영 사장과 작은 아들 박재홍(41) 부사장을 두고 있다. 박 사장은 2012년 하이트맥주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해 같은 해 말 경영전략본부장(전무)으로 승진했다. 2015년 말엔 부사장, 2020년 말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총수일가 지주사 지분 65.9% 지배력 굳건…두 아들 지분 '0%'
하이트진로그룹은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핵심 자회사 하이트진로를 중심으로 20여 개 비상장 종속·관계사를 두고 있다.
지주사 최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개인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27.7%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서영이엔티. 박 회장의 두 아들이 이 회사 지분을 각 58.44% 21.62% 갖고 있다. 박씨 부자가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셈이다.
서영이앤티는 맥주 냉각기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2000년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삼진이엔지였다. 기존에는 박 부사장만 지분을 27% 보유했는데, 2007년 박 사장이 서영이앤티 지분을 73% 취득하면서 오너 3세의 승계 지렛대로 주목받았다.
회사는 하이트진로와의 꾸준한 내부거래로 성장했다.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90%를 넘겼다. 2009년엔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매출이 835억 원, 전체 매출이 852억 원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98%를 기록한 것이다.
총수일가는 두 아들이 지분을 들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 2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도록 계열사들의 분할과 합병을 수차례 반복했다.
2008년 박 회장은 하이트맥주 2대 주주(지분 9.81%)였던 하이스코트 주식 전부를 서영이앤티에 증여한다. 이로 인해 하이트맥주 2대 주주 자리에는 하이스코트 지분을 획득한 서영이앤티가 올라섰다.
같은 해 하이트맥주는 하이트홀딩스와 하이트맥주로 인적분할했고 이듬해 하이스코트는 하이스코트와 페이퍼컴퍼니로 세운 투자회사 삼진인베스트로 쪼개졌다. 이 과정에서 하이스코트가 보유한 하이트맥주 지분 전량은 삼진인베스트가 279억 원에 가져갔다.
2009년 7월엔 지주사 체제 안착이라는 명목 하에 하이트맥주 주식을 하이트홀딩스 주식으로 맞바꾸는 '주식 스와프'와 '현물 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박 회장과 서영이앤티, 삼진인베스트, 하이트문화재단 넷에 불과했다.
주식 교환과 유상증자로 삼진인베스트는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지분 24%)가 됐다. 2010년 4월 서영이앤티는 삼진인베스트를 1대 0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하이트홀딩스 2대 주주가 서영이앤티로 교체됐다.
서영이앤티가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변칙 증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자녀에게 재산을 직접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지만 법인에 증여하면 법인세를 낸다. 법인세는 최고 세율이 24%밖에 안 되는데 상속·증여세는 최고 50%다. 세금을 아끼기 위해 변칙 증여를 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은 두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증여한 것이 자식들에게 직접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박 사장에게 242억 원, 박 부사장에게는 85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박씨 형제는 부과를 취소해 달라며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인에 증여했으므로 법인세가 맞다는 것이다. 2016년 6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한숨 돌렸으나 2018년 1월 '일감 몰아주기' 혐의가 불거지면서 공정위와 검찰의 철퇴를 맞았다.
불법승계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전날 항소심에선 박 사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3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할지, 재판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분승계 재원 마련 창구라 할 수 있는 서영이앤티에 감시의 눈이 쏠리면서 3세 승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 지분을 박 사장이 증여받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날 종가로 환산한 박 회장 지분가치는 우선주를 포함해 하이트진로홀딩스 671억 원, 하이트진로 433억 원이다.
지분가치는 지난해 말보다 2.2%, 2021년 말보다 20.2% 줄어 증여세 부담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상속세 부담이 크다. 이를 박 사장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할 경우 552억 원의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너 3세들이 증여·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배당이 좋은 선택지로 꼽히지만 두 아들은 하이트진로홀딩스와 하이트진로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서영이앤티 배당 규모도 5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임원 보수를 모아 충당하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식의 자산 처분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이트진로 측은 "증여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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