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성공하면 대박?…국산 희귀의약품 R&D '봇물'

김경애

seok@kpinews.kr | 2023-05-23 16:28:01

GC녹십자, 상위 제약사 중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 최다
한미약품, 반감기 늘리는 랩스커버리 적용해 치료제 개발
"투자금 수천억 달하는 경우 여럿…성공 시 매출 수 조 기대"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난공불략으로 꼽히는 희귀의약품 개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희귀질환 기준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국내에선 환자 수 2만 명 이하이면서 적절한 치료법과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으로 정의한다. 국내에선 총 1000여 개의 희귀질환이 지정돼 있다. 전 세계에 보고된 희귀질환은 8000개 넘는다. 

최근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2%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00조 원에서 오는 2026년엔 355조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언멧니즈(미충족 수요)는 높은데 경쟁약물이 시장에 없다 보니 초고가로 약가를 책정할 수 있어서다. 

1회 투여 25억 원의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와 1회 투여 4억 원의 소아백혈병 치료제 킴리아가 대표 초고가 희귀약으로 꼽힌다. 그만큼 성공하면 큰 이익이 기대된다. 다만 개발이 어려워 10여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만 낭비될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이날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와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한양행, 종근당 등이 희귀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는 가장 많은 희귀질환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표 희귀의약품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개발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 베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5개국에 공급하고 있다는 게 GC녹십자 측 설명이다.

3세대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성분명: 베록토코그알파)'와 알라질 증후군 환자의 피부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리브말리액(성분명: 마라릭시뱃)'도 공급 중이다. 

알라질 증후군은 간 내에 있는 담도의 담즙산 수치가 현저하게 감소해 담즙이 간에서 배출되지 않아 심혈관계와 골격계, 안구, 안면 등의 장애를 야기하는 유전 질환이다. 매년 4000명 이상의 환아가 태어난다.

리브말리는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과 담도 폐쇄증으로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 확대를 시도 중이다. 두 적응증은 각각 글로벌 2상 단계에 있다.

A형과 B형 혈우병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의 MG1113A는 2021년 국내 1상을 완료했다. 이 약은 혈액 내 부족한 응고 인자를 직접 주사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혈액 응고를 촉진하는 항체로 만들어져 기존 약에 내성이 생긴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6개의 희귀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이 중 성인·소아 성장호르몬 결핍증 바이오 신약 '에페소마트로핀'과 단장증후군 치료 혁신신약 'HM15912',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신약 'HM15136'이 가장 앞선 임상 단계에 있다.

3개 약 모두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고 글로벌 2상에 진입해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성장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성장 속도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대사 효과가 감소하는 질환이다. 단장 증후군은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앙실조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대웅제약은 폐섬유증 신약 '베르시포로신'과 자가면역질환 신약 'DWP213388'을 개발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은 다국가 2상, DWP213388은 글로벌 1상 단계에 있다. 베르시포로신이 타깃하는 폐섬유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폐에 섬유 조직이 쌓여 굳게 되는 질환이다. 인구 10만 명당 3~5명가량 발생해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이외 종근당은 샤르코마리투스병 신약 'CKD-510(유럽 1상 완료)', 유한양행은 고셔병 YH35995A(내년 임상 진입 목표)을 개발하고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온몸의 근육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손·발에 변형이 생기는 질환이다. 범 삼성가 유전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고셔병은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기인하는 희귀질환이다. 1882년 간·비장이 비대해진 환자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한 프랑스 의사 필립 찰스 어니스트 고셔 이름에서 유래됐다.

국내 기업들이 희귀의약품 R&D(연구개발)에 나서는 까닭은 성공 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또 세계 각국은 희귀의약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시장독점권과 세액공제, 임상보조금 지원, 수수료 면제 등을 지원한다. 리뷰기간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되는 '패스트 트랙' 대상으로 지정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선 희귀의약품은 3상 임상 결과를 제출한다는 조건을 걸고 2상을 마친 상태에서 허가해 주는 '조건부 허가'와 다른 의약품의 허가신청에 우선해 심사하는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희귀약이 개발되면 글로벌 빅파마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시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업체들이 희귀의약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규모 업체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개발하거나 조기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은 개발 성공 시 비싼 가격을 받으면서 전세계에 판매해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다"며 "연간 수 조 원대 매출에 영업이익 1조 원을 넘는 경우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희귀의약품도 임상 실패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막대한 연구비용이 소요되기에 실패 시 위험이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개발비는 적어도 수백억 원, 많으면 수천억 원에 달한다"며 "실패하면 그만큼 손실이 크다"고 했다. 

KPI뉴스 / 김경애 기자 seo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