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 항소심서 감형…대법원 갈까

김지우

kimzu@kpinews.kr | 2023-05-23 14:29:06

징역 1년3개월·집유 2년…법인은 벌금 1억5천만원
재판부 "공정거래법 취지 훼손…죄질 좋지 않아"
하이트진로 "법원 판단 존중…상고는 추후 고민"

총수일가의 편법 승계를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박문덕 회장의 장남)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이훈재·양지정·이태우 부장판사)는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의 2심 선고공판에서 박 사장에게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UPI뉴스 자료사진]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전 상무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 원이 선고됐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1심에 비해 형량이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알루미늄코일 거래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 박 사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김 대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회사 법인은 2억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하려고 했다"며 "피고인들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예견하면서도 법적 규제를 회피·우회하기 위해 위법한 거래를 새롭게 모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해 피고인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거래상 약자가 서영이앤티에 부당 지원을 하도록 하는 등 죄질도 좋지 않다"며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형량이 줄어든 점에 대해 재판부는 "하이트진로가 사후 과징금을 납부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피고인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 등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10여 년간 박 사장 등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인 서영이앤티(서영)를 하이트진로를 통해 직접 부당지원하거나, 납품업체 삼광글라스를 통해 부당지원한 혐의다.

▲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악질 하이트진로' 문구 등이 걸린 차량이 주차돼 있다. [김지우 기자]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서영에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7년간 급여를 대신 지급하는 등 5억 원 상당을 지원했다.

하이트진로는 박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서영을 부당 지원해 승계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협력사인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공급받던 맥주캔 제조·유통 과정에 서영을 끼워 넣었다. 맥주캔 구매 과정에 '통행세' 명목으로 한 캔당 2원씩 붙여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서영 매출은 2007년 142억 원 수준에서 일감 몰아주기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855억 원으로 6배 급증했다.

박 사장 등은 △인력지원(하이트진로가 서영에 전문인력 2명을 파견해 급여 일부를 지원한 행위) △공캔 통행세거래(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을 통해 구매한 행위) △코일 통행세거래(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 구매시 서영을 끼워 넣은 행위) △글라스락캡 통행세 거래(밀폐용기 뚜껑 구매에 서영을 끼워넣은 행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이트진로 측은 "피고인들은 교사범으로 기소됐다고 보고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무죄"라면서 항소심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시 유죄가 나오면서 대법원으로 상고할지 관심이 쏠린다. 하이트진로 측은 상고 신청 계획에 대해 "금일 판결이 난 만큼 당장 결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판결문을 받아본 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고는 통상 2주 내 신청하면 되므로 검찰이든, 피고 측이든 당장 상고 여부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충분히 고민할 것으로 예상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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