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 밀린 '다음', 카카오 사내독립기업으로 분리…'재기 모색'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5-04 17:09:52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장 환경 변화 대응"
다음 분리 후 카카오는 카톡에 더욱 집중
포털 다음이 카카오로 합병된 지 9년만에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새출발한다. 빠른 의사 결정과 신속한 대응으로 포털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카카오(대표 홍은택)는 포털 다음(Daum)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을 오는 5월 15일에 설립한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부상하면서 전세계 포털 시장에도 변화의 기류가 거세다"면서 "포털 다음의 독립기업 분리는 급변하는 검색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다음 CIC 대표는 황유지 현 다음사업부문장이 맡는다. 황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에서는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은 바 있다.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황 대표 내정자가 다음 CIC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 CIC는 검색,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검색 시장에 변화 기류…잘 활용하면 반전 가능성"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독립시키는 주요 이유는 검색 시장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는 데 있다.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만의 가치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특히 검색과 수익 모두 하락세인 다음을 살리고 시장에서도 일대 반전을 꾀하려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자구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구글과 네이버 등 다른 포털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한 몫 했다.
다음은 현재 검색 점유율과 수익 모두에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 한때 네이버와 양대 산맥을 구축했던 다음으로선 자존심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글로벌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다음이 국내 검색 엔진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1.35%에 그친다. 구글(66.1%)과 네이버(28.55%)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2.67%)보다도 낮았다.
매출 역시 감소했다. 카카오가 이날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다음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 포털비즈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5%,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836억 원에 그쳤다.
카카오는 다음을 독립시키면 카카오톡 중심의 현 경영 구조를 벗어나 포털과 인터넷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 구조로 빠르게 재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대표이사의 판단 하에 신속한 의사결정과 독립적 판단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빙에 접목한 후 존재감을 키우는 것처럼 다음도 AI를 잘 접목하면 새로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계 포털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이상 다음도 새로운 가능성에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메신저에 밀린 포털…사업도 잘 나가는 톡에 집중
물론 카카오의 다음 분리 이면에는 카카오톡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이 카카오에서 여전히 중요한 수익원이기는 하나 카카오톡을 능가하기 어렵고 카카오로서는 '잘 나가는'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셈법이다.
이날 진행된 카카오 실적발표회에서도 카카오 경영진의 전략과 의지는 카카오톡 채널 개편과 그에 따른 성장 가능성에 집중됐다.
올 1분기 카카오 플랫폼 매출에서는 톡채널과 포털의 극명한 대조가 노출됐다. 톡비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반면 포털 비즈 매출은 27% 역성장했다. 톡비즈 매출이 5156억 원을 기록하는 동안 포털비즈는 836억 원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광고에서도 톡채널이 앞섰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실적발표회에서 "메시지 비즈가 1분기 전체 광고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광고고주들의 보수적인 마케팅이 이어지며 비즈보드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광고효율성 높은 톡 채널에는 중소형 광고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메시지 광고의 성장이 빠르다"면서 "비즈보드는 단위 건수의 매출액은 크지만 건 수가 적은 반면 톡채널은 더 많은 건의 광고를 집행하며 수익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톡채널 광고를 30만 개 했을 때 약 2000~3000억 정도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톡채널 메시지 광고는 온라인 광고와는 다른 개념이어서 기존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제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포털의 매출 상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봤다.
한편 1995년 설립된 다음은 '한메일'과 카페, 검색을 앞세워 국내 1위 검색포털로 성장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에 밀려 입지가 지속적으로 좁아졌다. 2014년에는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회사 지분을 매각하며 카카오에 인수됐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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