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선에 묶인 채 발견된 '아산 부역 혐의' 희생자들
박상준
psj@kpinews.kr | 2023-03-28 13:00:50
충남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73년 전 당시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유골)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20여 일간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을 진행해왔다. 이번 유해발굴은 한국전쟁 당시 부역혐의 희생사건에 대한 첫 국가차원의 유해발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유해 수습을 앞두고 28일 오전 발굴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발굴현장 공개는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학살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유해발굴지는 1950년 10월 4일 온양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천변에서 학살한 다음, 그 시신을 유기한 곳이다.
또 1951년 1·4후퇴 시기인 1월 초에는 도민증을 발급해 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개와 모산역 부속창고에 좌익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구금한 후, 한 집에 남자아이 1명만 제외하고 수일간 수백 명을 집단학살하고 유기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유해발굴에선, 최소 40구 유해가 확인됐다. 이들은 대부분 건장한 남성으로서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일 것으로 추정됐다. 유해(유골)는 온전한 형태로 발굴됐고 아산 부역혐의자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폭 3미터, 길이 14미터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드러나 방공호에서 집단학살 당한 것으로 보인다. 유해 대부분은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보이고 있어 학살당한 후 좁은 방공호에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 위에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손목에는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이 감긴 채 발견됐다. 다른 유해들은 집단으로 손목뼈에 삐삐선이 감긴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학살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A1 소총 탄피 57개와 소총탄두 3개, 카빈 탄피 15개,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한 소총인 99식 소총 탄피 등이 다량 발굴됐다. 유품으로는 단추 다수와 벨트 9개, 신발 39개, 삐삐선 등이 다량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은 세척 등을 통해 4월 중순까지 수습 작업을 하게 된다. 이어 인근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산96-4)에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을 계속하게 된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