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서 핀 꽃'…美 역대 대통령과 별명에 얽힌 뒷담화
김당
dangk@kpinews.kr | 2021-12-08 14:51:54
케네디부터 트럼프까지…'내부의 적수' 깎아내리는 수단 활용
트럼프 '별명 리스트'…쿠슈너 '마른 리퍼', 멜라니아 '라푼젤'
직장인들에게 상사에 대한 뒷담화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전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참모들의 뒷담화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경쟁자나 적수는 물론, 자신의 참모들에게도 당사자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별명을 붙이며 뒷담화(backstabbing)를 즐긴 이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다. 위키피디아에는 '트럼프가 사용한 별명 목록'이 있을 정도이다.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에게 '터프 가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트럼프와 볼튼은 나중에 결별할 때 서로 뒤끝 있는 한방을 트윗으로 날리는 앙숙이 되었다.
테비 트로이(Tevi Troy)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매거진' 최근호에 실은 "'허클베리 카포네'에서 '터드 블라썸'까지: 백악관 별명의 역사(From 'Huckleberry Capone' to 'Turd Blossom': A History of White House Nicknames)"라는 글에서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보좌진은 오랫동안 서로에게 별명을 지어 왔으며 종종 적수를 깎아내렸다"면서 역대 대통령의 별명에 얽힌 뒷담화를 소개했다.
트로이는 최근 펴낸 〈Fight House: Rivalries in the White House from Truman to Trump〉(파이트 하우스: 트루먼에서 트럼프까지 백악관 내 경쟁자들)의 저자이다.
'허클베리 카포네'라는 별명의 주인공은 제36대 린든 B. 존슨 대통령(1963. 11.~1969. 1.)이다.
트로이에 따르면, 존슨은 존 F. 케네디 정부(1961. 1.~1963. 11.)의 부통령 시절에 대통령 유고시 승계자라는 역학관계로 인해 케네디 가문으로부터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곤 했다.
특히 법무장관이자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와 그의 아내 에델은 저명 인사들을 초청한 자택 만찬이나 조지타운의 화려한 파티에서 존슨을 '허클베리 카포네'라고 불렀다. 이 그로테스크한 별명을 작명한 에델은 현재 생존해 있다.
이 별명은 미국의 대표 작가 마크 트웨인(본명은 Samuel Langhorne Clemens)의 대표작 〈헤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허클베리(Huckleberry)'와 마피아 갱 두목인 알 카포네의 '카포네(Capone)'를 합친 것이다.
존슨이 겉으로는 모험심 많은 착한 소년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호시탐탐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갱단 두목 같다는 경멸을 섞은 별명으로 보인다.
트로이에 따르면 존슨도 케네디가의 자신에 대한 무시를 알고 있었기에 그도 케네디 대통령을 "더 보이"나 "쟈니"로, 바비(로버트)를 "서니 보이(Sonny boy)"로 부르는 등 케네디와 그의 형제에 대한 자신만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별로 향기롭지 않은 "터드 블라썸(Turd Blossom)"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아버지 부시(41대 대통령)와 달리 참모들에게 친근한 별명을 붙이는 것을 즐긴 제43대 조지 W. 부시 대통령(2001. 1.~2009. 1.)이 자신의 정치 전략가 칼 로브(Karl Rove)에게 붙인 별명이다.
'Turd blossom'은 '소똥 더미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뜻이다. 물론 부시는 자신의 책사인 로브가 "나쁜 것도 좋은 것으로 만든다"는 칭찬의 뜻으로 Turd blossom이란 꼬리표를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이 별명을 부시와 로브, 즉 지도자와 책사형 참모 사이의 긴장 관계를 시사하는 뼈 있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다음은 폴리티코 매거진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이다.
닉네임은 거칠고 요동치는 정치 세계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별명은 로마시대에도 있었고 좋은 별명은 그 사람의 본질을 포착할 수 있게 한다.
로마 장군 파비우스(Fabius)는 그의 수동적인 전술 때문에 컨크크테이터(Cunctator), 즉 굼뜬 사람으로 불렸고, 폼페이(Pompey)는 그의 공격적인 군사 스타일 때문에 'Adulescentulus Carnifex' 즉 '십대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백악관에서 닉네임은 '또 다른 목적'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부 경쟁자를 깎아내리는 수단이다.
누군가를 정말로 깎아내리려면 그들이 떨쳐낼 수 없는 야만적인 별명을 부여하라. 그것은 백악관에서만큼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익숙한 규칙이다.
대통령과 보좌진이 서로에 대해 닉네임을 붙이는 것은 미국 정치의 '초당적 전통'이다. 닉슨 행정부(1969. 1.~1974. 8.)의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적으로 대통령을 "저 미치광이(that madman)", "술 취한 친구(our drunken friend)", "미트볼 마인드(the meatball mind)"라고 지칭했다.
이 시절에는 일류 기자들도 닉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언론에 친화적인 것으로 유명한 키신저를 취재한 외신기자들은 키신저와 매우 가까웠다는 이유로 "합창단 소년(Choirboys)"으로 불렸다.
지미 카터 행정부(1977. 1.~1981. 1.)에서 대통령의 사촌인 휴 카터(Hugh Carter)는 백악관 운영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데려온 노력에 빗대 "싸구려 사촌(Cousin Cheap)"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야 했다.
카터의 국가안보보좌관인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그의 공격적인 성향과 빨간 머리 및 각진 특징의 조합으로 "우디 딱따구리(Woody Woodpecker)라는 꼬리표를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 1.~1989. 1.)이 주지사 시절부터 비서실장을 지낸 에드 미즈(Ed Meese)는 백악관에 와서도 자신의 서류가방을 손에서 놓지 않고 철저하게 챙겨 "바닥 없는 서류가방", "블랙홀", 그리고 "미즈케이스(Meesecase)" 같은 전설적인 별명을 얻었다.
대통령 보좌관의 소유물에 별명이 붙은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낸시 레이건도 별명이 많았다. 최근 출판된 〈The Triumph of Nancy Reagan〉에 따르면 레이건의 참모들은 영부인을 "The Iron Butterfly(철 나비)", "Fancy Nancy", "The Cutout Doll(컷아웃 인형)", "The Evita of Bel Air(벨 에어의 에비타)", "The Hairdo with Anxiety(걱정스런 머리 모양)", "The Ice Queen(얼음공주)", "Attila the Hen(아틸라 암탉)"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참모들이 붙인 영부인 별명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 클린턴 행정부(1993. 1.~2001. 1.) 시절의 해롤드 익스(Harold Ickes) 보좌관은 오랫동안 클린턴을 위해 '불미스러운 일'을 기꺼이 맡았기 때문에 "쓰레기 아저씨"와 "위생국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익스와 그의 동료들은 기발한 딕 모리스(Dick Morris) 정치고문을 "유나바머(Unabomber)"라고 불렀다.
닉네임은 "드라마가 없는(no-drama)"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 1.~2017. 1.)에서도 넘쳐났다. 오바마의 첫 번째 국가안보보좌관인 짐 존스는 젊은 백악관 직원들을 "물벌레", 백악관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Politburo)"이라고 불렀다.
벤 로즈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백악관에서 그의 별명이 '하마스(Hamas)'일 정도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했다. 국토안보보좌관이자 지금은 바이든 행정부 법무차관이 된 리사 모나코(Lisa Monaco)의 보안 경고가 꾸준히 이어지자 오바마는 그녀를 "닥터 둠(Dr. Doom)"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닉네임 숫자만 놓고 보면 트럼프 행정부(2017. 1.~2021. 1.)는 모든 전임자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최근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트럼프가 그의 정적들을 모욕하는 "Crooked Hillary(비뚤어진 힐러리)", "Sleepy Joe(조는 조 바이든)", "Pocahontas(포카혼타스, 인디언 처녀)", "Lyin' Ted(린 테드 크루즈, 공화당 대선후보)", "Little Marco(꼬마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대선후보)" 같은 별명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트럼프는 종종 자신의 팀원들에게 별명을 붙이곤 했는데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힉스(Hope Hicks)는 "Hopey", 존 켈리(John Kelly) 비서실장은 "Church Lady", 로젠스타인(Rod Rosenstein) 법무차관은 "Mr. Peepers",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법무장관은 "Mr. Magoo"와 "Benjamin Button" 같은 별명을 얻었다.
스티브 배넌 전 트럼프 보좌관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칼 G. 융의 자서전 〈기억, 꿈, 성찰〉이며 트럼프의 타인을 조롱하는 별명은 융의 콤플렉스에 대한 이해에서 유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아마도 융의 책을 읽지 않았지만 배넌은 읽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가족은 백악관에서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해 당연히 별명이 많았다.
트럼프 대변인을 지낸 스테파니 그리샴의 책 〈I'll Take Your Questions Now〉에 따르면, 백악관 스텝들은 이방카 트럼프를 "공주(the Princess)"로,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를 다른 참모들의 업무를 파괴하는 성향 때문에 "the Slim Reaper(마른 저승사자)"라고 불렀다.
(통상 '리퍼'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사람이나 기계, 탈곡기를 뜻하지만, 'the Grim Reaper'는 저승사자를 뜻한다, 동명의 드라마는 '냉혹한 학살자'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바 있다.—기자 주)
백악관에 머무르기를 좋아하는 멜라니아 트럼프는 경호원들 사이에서 '라푼젤'로 불렸다. 백악관 보좌관이자 현 하원의원 후보인 맥스 밀러(Max Miller)는 지난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를 위해 뮤지컬 캣츠(Cats)의 '메모리(Memory)'를 포함해 마음을 진정시키는 노래를 부르곤 했기 때문에 '뮤직 맨(The Music Ma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통령 닉네임의 역사에서 분명한 것은 라커룸(탈의실) 토크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치에서도 별명은 사람의 본질을 캡슐화(요약)하는 데 도움이 된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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