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저항', 정의선 회장에겐 호재?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6-02-03 17:15:39

정의선 회장, 그룹 지배구조 개편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필수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치 올리고 현대모비스 주가 눌러야 하는 '딜레마'
현대차 노조 '아틀라스 도입'·'해외물량 이전' 반발 격할수록 주가 하방 압력

인공지능(AI) 시대 현대차엔 갈등 전선이 생겼다. 피지컬 AI '아틀라스' 갈등이다. 현대차 노조는 "합의 없이 한 대도 못 들어온다"고 했다. 그날 현대차 주가는 급락했다. 아틀라스 도입을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할수록 기업가치와 주가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도 악재일까. 결과적으로는 되레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순조롭게 개편하려면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는 띄우면서 현대모비스 주가는 억눌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반발이 심할수록 현대차·현대모비스 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거란 분석이다.

 

3일 재계와 증권시장 등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직속 '사업기획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 신설 목적은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나스닥 상장 및 그룹 지배구조 개편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을 통해 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자금을 정당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 중 아직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순환출자 구조를 지주사 체제로 변경하면서 오너 일가 지배력도 유지하려면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상당량 취득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을 22.36% 보유하고 있는 등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에 불과하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서는 기아가 지닌 현대모비스 지분(17.66%)을 매수하는 게 제일인데 3일 종가(44만4500원) 기준 7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

 

정 회장 입장에서 실탄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 후 소유 지분 매각이다. 정 회장은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2.6%를 보유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40조~6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이후 아틀라스가 양산되면서 기업가치가 점점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아틀라스는 사람 대비 3배의 생산성을 낼 수 있다"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약 128조 원으로 추산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시총을 40조 원으로만 추산해도 정 회장이 지닌 지분(22.6%)의 가치는 약 9조 원에 달한다. 지배구조 개편을 하기에 충분한 자금이다.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더 큰 자금을 쥘 수 있다.

 

다만 정 회장에게 딜레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뛸수록 현대모비스 주가도 오를 거란 점이다. 현대모비스 주가가 상승할수록 지배구조 개편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최대주주는 2022년 현대차(49.5%)·기아(30.5%)·현대모비스(20%)가 출자해 만든 투자법인 HMG글로벌이다. 또 아틀라스 생산에 필요한 부품 중 상당량을 현대모비스에서 공급할 전망이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상장 시 현대모비스 주가도 함께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투자자 김 모(51·남) 씨는 "요즘 시장에서 정 회장이 처한 딜레마에 대해 자주 이야기가 나온다"며 "정 회장 입장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는 최대한 띄우되 현대모비스 주가는 억눌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 회장이 어떻게 이 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며 "개중 제일 쉬운 해결책으로 노조의 반발이 꼽힌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2일 소식지를 통해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 투입 시 고용 충격이 우려된다"며 "노사합의 없이는 단 한 대도 들여올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내 공장의 생산 물량 부족은 미국 조지아 주에 있는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로 물량이 이전된 탓"이라며 "노사합의 없는 물량 이전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MGMA 언급도 아틀라스를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HMGMA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투입, 현재 연간 30만 대 규모인 생산량을 50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들어 훨훨 날던 현대차 주가는 노조 반대가 나오자마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달 22일 현대차 주가는 3.64% 떨어졌다. 같은 날 현대모비스 주가는 6.97% 급락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최대주주이자 부품 공급사이므로 주가 흐름에 현대차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개인투자자 박 모(50·남) 씨는 "노조 반발이 격할수록 시장 우려가 커져 현대차·현대모비스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정 회장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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