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총회서 '유엔사 해체' 주장…'종전선언' 우려 현실로
김당
dangk@kpinews.kr | 2021-11-04 09:59:04
미 전문가 "유엔사 해체주장 근거 없어…한미동맹 분열 전략 일환"
"北, 종전선언으로 유엔사 존립 근거 취약∙주한미군 철수 주장할 것"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유엔군사령부(UNC; United Nations Command)의 해체를 또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유엔사는 한국 전쟁을 계기로 설립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사령부이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이 유엔사의 존립 근거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한미 동맹을 분열시키기 위한 북한의 전략에 이용될 수 있는 지적을 해왔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달 27일 유엔총회 제4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유엔군 사령부의 즉각 해체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유엔 홈페이지에 공개된 당시 회의 영상을 보면 김성 대사는 유엔이 평화유지활동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평화와 안보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주한유엔군사령부를 지목했다.
김 대사는 "유엔사는 미국에 의해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행정과 예산 모든 면에서 유엔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면서 "사악한 정치·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평화유지라는 구실로 '유엔' 이름을 악용하는 행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1975년 30차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관련 결의가 채택된 사실을 상기시킨 뒤 "유엔사 존립에 대한 미국의 주장은 한국에 대한 점령을 합법·영속화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1950년 불법으로 창설된 유엔사는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사령부와 다를 게 없고 유엔의 이름을 남용하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유엔은 유엔사에 대한 지휘권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연설이 이뤄진 4위원회는 '특별정치와 탈식민 문제'를 다루는 곳이지만, 김성 대사는 북한과 관련된 여러 국제사안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유엔사 문제를 제기했다.
유엔사 해체에 대한 북한의 주장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 방안으로 정전 상태인 6·25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명분 삼아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성 대사의 발언은 북한이 여전히 유엔사 해체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한국 정부의 설명처럼 단순히 정치적, 상징적 제스처로 끝나지 않고 한국전쟁을 계기로 구축된 유엔사의 존립 근거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 정책국장은 3일 이와 관련 "남북간 우발적 충돌을 관리할 수 있는 상호 합의된 대안 체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유엔사 해체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종전선언과 관련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대체 협정이 평화를 유지하는 데 현재 협정(정전협정)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날 VOA에 "북한은 (동맹을) 분열시킬 수 있는 기회마다 이를 놓치지 않았고, 유엔사 문제는 그 중에서도 쉬운 것으로 선택됐다"면서 "북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미 동맹의 분열이고, 그런 관점에서 한미 동맹의 요소 중 하나인 유엔사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사는 유사시 유엔기 아래 병력과 장비를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은 한국군 59만 명 등 17개국 총 93만2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유엔사의 역할은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된 임무로 축소된 상태이다.
현재 유엔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며, 인적 구성과 지휘 체계 등 모든 면에서 주한미군사령부와 겹치기에 사실상 미군 산하의 사령부로 여겨지고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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