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창립 이래 최악 참사"…성급한 철군에 바이든 사면초가
이원영
lwy@kpinews.kr | 2021-09-01 11:39:46
"미국인·조력자 이송 전 철군 안 했어야"
"올바른 결정, 현명한 결정,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1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 전쟁을 끝낸 배경을 설명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바이든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10년 더 꼼짝 못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철군 결정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미국의 이익을 생각한 결단이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날 바이든의 메시지는 성급한 철군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결정이 정당했음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질서 있는' 장면은커녕 대혼란을 빚고 쫓기듯 퇴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바이든에게 지미 카터에 비견되는 '최악의 외교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바이든은 공식적으로 아프간 전쟁을 끝냈지만 국내외적으로 첩첩산중의 숙제를 안게 됐다. AP통신은 "전쟁은 끝났지만 바이든이 남긴 아프간의 도전은 끝난 게 아니다"(War is over but not Biden's Afghanistan challenges)라고 분석했다.
바이든이 당장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아직도 아프간에 남겨진 200여 명의 미국인들과 수천 명의 아프간 조력자들을 이송하고, 미국특별이민비자를 신청한 수 만명의 아프간인들을 처리하는 문제다.
최근인 지난 8월 27~28일 실시된 ABC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60%의 국민이 바이든의 아프간 문제 처리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모든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때까지 미군이 주둔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이송 대상자들을 남겨둔 채 모든 미군이 철수한 데 대해서는 압도적인 민심이 잘못된 결정이란 생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탈레반 정권이 해외 경제지원과 동결자금 해제 등을 원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무시하고 폭압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외교적인 레버리지(수단)를 이용해 이송 대상자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적극적인 미군 협력자들을 보복하지 않고 순순하게 내보내줄 것이란 예상은 현재로선 비관적이다.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 공항을 떠나자마자 탈레반이 공항을 장악한 데다 관제탑 등 공항 기능도 마비된 상태여서 탈레반이 협조를 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들의 이송이 지연되거나 실패한다면 바이든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판단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기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바이든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군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가니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14분간 나눈 통화 녹음과 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여기에서 바이든은 아프간군을 '최고의 군대'라며 탈레반과 싸울 능력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바이든은"(탈레반 대원은) 7만~8만명인데 견줘 당신은 잘 무장되고 명백히 잘 싸울 수 있는 30만명을 가졌다"라고 말해 탈레반의 전격적인 무혈 승리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 현안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은 우선 국내 정계에서 호된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 당장 공화당 의원들은 아프간 철군 과정에 대한 의회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연방 하원의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총무는 "바이든이 세웠던 철군 시한은 사진을 찍기 위해 정치적으로 설계한 것"이라며 "단 한사람의 미국인이라도 남기지 않을 때까지 미군이 머물렀어야 했다"고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동맹국들의 원성도 높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아프간에서 함께 지원활동을 한 동맹국들은 바이든이 8월 31일로 선언한 철군 시한을 고집하는 바람에 대혼란을 초래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아르민 라셰트 차기총리는 "나토(NATO) 창립 이래 최악의 실패(the biggest debacle)"라고 바이든의 철군 전략을 맹비난했다.
이렇듯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의 자화자찬성 대국민 메시지와는 달리 전략부재와 치밀하지 못한 외교력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향후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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