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연경 선수 당혹하게 만든 기자회견 사회자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1-08-10 15:48:51

포상금 생색내고 대통령에 감사인사 재촉까지

김연경 선수의 올림픽 도전은 끝났지만 또 하나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상대는 다른 나라의 배구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아닌 한국배구연맹이 상급자들을 위해 준비한 생색내기 기자회견이었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김연경 선수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저녁,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배구 대표팀이 귀국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선수들은 물론 주장 김연경 선수에게 쏠렸음은 당연했다. 국민들은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배구 대표팀의 대회 소감, 향후 포부 등을 기대했을 터였다.

그러나 기자회견 사회자의 생각은 많이 달랐나보다. 단체 인터뷰를 끝낸 뒤 굳이 김 선수를 붙잡고 던진 질문들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한마디로 수준 이하의 인터뷰였다.

그가 던진 첫 질문은 대뜸 포상금 얘기였다. 포상금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물어 김 선수를 당혹하게 만들더니 많은 포상금이 준비되어 있고 격려금도 쏟아지고 있으니 감사 인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누가 얼마를 냈고 하는 식으로 세부내역을 말하며 배구연맹 간부진들을 언급한 건 덤이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질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사회자는 여자 배구 선수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낸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요구했다. 김 선수가 "너무 감사하다. 더 많은 기대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지만 사회자는 다시 한 번 더 할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다.

김 선수가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지만 사회자는 막무가내였다. 끝내 "감사하다"고 다시 답변하자 사회자는 만족스럽다는 말투로 "그렇죠!"라고 말했다. 명절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용돈도 주고 칭찬도 해주셨으니 인사해야지" 하는 수준이었다. 이것이 스포츠 스타에게 할 법한 질문들인가 싶었다.

해당 기자회견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기자회견 진행자 사과해라", "여기가 북한이냐", "한 번 했으면 됐지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재차 요구한거냐"와 같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부분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세광 선수는 인터뷰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들에게 크나큰 승리를 안겨주고,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 승리의 보고, 영광의 보고를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애자 한국배구연맹 감독관은 혹시 이런 모범답안을 기대했던 것일까.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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