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돈살포' 미국 흥청망청?…공짜돈으로 빈곤층 절반 줄어

이원영

lwy@kpinews.kr | 2021-07-30 13:26:41

직장 잃어도 실업수당 혜택 등으로 수입 늘어
'묻지마 지원'으로 근로의욕 꺾는다는 비판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찰스 시에서 공원 관리직으로 일하던 캐스린 구드윈(29)은 5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연봉 3만3000달러(약3800만원)이던 일자리를 코로나 이후 잃었다.
1년 이상 실직 상태지만 지금 그녀의 수입은 코로나 이전보다 많다. 2만5000달러의 실업수당을 받았고, 1만2000달러의 재난지원금도 받았다. 식품구매권(푸드스탬프)도 더 받아 총 수입은 6만7000달러에 달한다. 직장을 잃었는데도 총소득은 30% 가량 많아진 것이다.

#연회장 도우미 일자리를 잃은 제시카 모어(24)는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녀도 두둑한 실업수당과 재난지원금으로 차도 새로 샀고 전문대학에 등록했다. 제시카는 "실직했는데 여건이 더 나아질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내가 새로운 출발을 하게 해준 정부의 도움은 축복"이라고 반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는 통념과는 달리 막대한 달러를 살포한 미국에서는 오히려 빈곤층(4인가족 기준 연수입 3만 달러 미만)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어번 인스티튜트'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 빈곤층의 추이를 조사한 결과를 뉴욕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인구는 2018년에 비해 2000만 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코로나로 7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지만 빈곤인구는 45%나 줄어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단기간에 빈곤인구가 많이 줄어든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분석했다.

▲ 달러화 이미지 [뉴시스]

이처럼 정부의 막대한 돈살포로 많은 인구가 위기상황에서 벗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일하지 않고 '공짜돈'을 받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나아가 지원책이 중단될 경우 수많은 사람들이 안전망에서 벗어나 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빈곤층이 줄어든 데는 3차에 걸친 재난지원금, 식품구매권 증액, 실업수당 수혜기간 연장 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지원책으로 2018년 대비 빈곤율은 13.9%에서 7.7%로, 아동빈곤율은 14.2%에서 5.6%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지원액 규모는 2018년 5700달러에서 1만3900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광범위한 지원 정책에 대해 찬반 여론도 비등하다.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펴온 브루킹스 연구소 밥 그린스타인 박사는 이번 통계와 관련 "놀라운 결과다.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우리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가난을 퇴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보수층에서는 비판론도 나온다. 헤리티지 재단 로버트 렉터 연구원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수십조 달러를 쏟아부으면 가난을 줄일 수 있는 건 당연하다"며 "이런 정책은 사회적 소외를 낳기에 효과적이지도 않고 빈곤층에 좋은 것도 아니다. 노동과 결혼시스템을 지원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직업 유무에 관계없이 자녀 1인당 300달러의 세금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정책은 노동과 결혼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직업을 잃고도 정부 지원으로 수입이 오히려 30% 늘어난 캐스린 구드윈은 "지원이 없었다면 노숙자가 되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조건 없는 지원책을 무조건 찬성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녀는 "나는 분명히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돈으로 대형TV를 샀고 내 전 남자친구는 마약을 샀다. 정부의 공짜돈이 마약중독을 더 악화시킨 셈이다. 세금으로 왜 이런 돈을 줘야 하나"고 꼬집었다.

마약 판매 혐의로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는 존 애셔(49)는 주급 500달러를 받으며 시설관리직에 근무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3200달러를 받아 월셋집을 구해 자폐증 아들을 보호시설에 보내지 않고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애셔는 "인생을 바꾸려면 앉아서 공짜돈이나 바라지 말고 일어나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정부의 무분별한 지원을 비판했다.

공화당 일부 인사 등 비판론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나서 오히려 수입이 더 많아지도록 지원책이 너무 비효율적을 설계됐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있을 막대한 인프라 재정지출을 합리화하기 위해 빈곤퇴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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