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칼럼] 주권 동맹국에 무례와 무지 보여준 미국 대북전단 청문회
이원영
lwy@kpinews.kr | 2021-04-19 13:06:55
남북·북미 관계에 전혀 도움 안 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무관심만 확인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 맞나. 미국 정치인들은 한국의 국격을 존중이나 하고 있나.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나왔다는 발언을 보면 그런 의심이 든다. 우리나라의 법안(대북전단금지법)을 자기들 청문회에 올려 논박을 벌인 것도 기분 나쁜 일인데 거기서 쏟아진 정치인들의 발언은 무례하고 무지하다.
미국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우리 국회가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자 청문회를 마련한 것이다.
청문회를 주도한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엔 대체로 종교 정보와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담긴다"며 이를 제한하는 법을 '반성경·반BTS법'이라고까지 말했다.
한국계 1.5세 영 김 의원 역시 오랫동안 보좌했던 대북강경파 에드 로이스 의원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북한으로 날아가는 많은 풍선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의 정보를 얻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참으로 하품 나오는 소리를 했다.
풍선으로 한국의 대중문화를 날려보내야 북한 주민들이 깨어날 것처럼 말하는데 어느 시대를 말하는지 모르겠다. 북한엔 이미 한국의 물건, 대중문화가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다. 북한 젊은이들은 USB나 컴퓨터, 모바일을 이용해 외부 대중문화를 이미 접하고, 즐기고 있다.
오죽했으면 북한 당국이 광범위한 '사상 오염'을 우려해 특단의 대책을 지시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달 9일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청년 세대의 사상 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당세포가 이들의 옷차림과 언행까지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서양문화가 일상에 침습해 있다.
민주당 의원이라고 다를 게 없어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의원은 "한국 국회가 이 법을 고치길 희망한다. 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때 국제인권법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고려하길 권장한다"까지 말했다. 주권국 대한민국에다 대놓고 법을 고치라는 내정간섭 발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이들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다. 우리에겐 그것보다 훨씬 절박한 생명과 안보의 이유가 있다. 대북 풍선 살포 때마다 벌어지는 남북대치 국면과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에 대해서 미국 정치인들은 더 알아야 한다. 우리에겐 생명이 걸린 문제가 어찌 몇몇 탈북 운동가들에 제약되는 표현의 자유와 비견되나.
무엇보다도 남북 적대행위 금지는 4.27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으로 전단금지법은 국가 간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남북정상 선언문을 다시 읽어보자. "남과 북은…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이렇듯 자국민의 안전을 기하고 국가 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법을 도마에 올려놓고 비판한다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기본 상식도 못 갖춘 것이요, 예의도 아니다.
이들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자기들이 하라고 하면 뭐든지 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국무부 대변인이 이 법의 위헌 절차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도 했는데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부도 하지 않고, 반북운동가들의 말에만 의존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미국 의원들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부분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영 김 의원도 북한·통일 전문가도 아니면서 한국을 대변하는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 차라리 김 의원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로 방북단을 꾸려 북한을 직접 경험하고 오길 바란다. 그 역할이 알맹이 없는 대북 발언보다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법이 미국 의회의 도마에 올려져 희롱당하는 현실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청문회 사태로 더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미국은 우리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문제를 우리가 주도해야 하는 당위성을 새삼 자각했다면 의외의 소득이겠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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