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문송합니다"…상반기 공채 대신 IT중심 수시채용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3-16 16:11:56

5대 은행 중 농협은행만 상반기 340명 공채…국민·하나은행, 계획 없어
"비대면 트렌드에 인력 수요 감소"…수시채용으로 IT 인력 충원 집중

최근 은행들이 공개채용보다 정보기술(IT) 인력 중심으로 수시채용에 집중하면서 은행권에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점점 강해지는 분위기다.

▲ 비대면 트렌드 여파로 은행권에서도 IT 인력 선호도가 높아져 문과생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는 모습이다.[UPI뉴스 자료사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가운데 올해 상반기 채용을 확정지은 곳은 농협은행 한 곳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340명 규모의 공채를 실시했다. 지난해 상반기(280명)보다 60명 많은 수준으로 다음달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상반기 공채 계획이 없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상반기 공채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결국 하반기 공채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은행들이 점점 공채를 꺼리는 경향은 비대면 트렌드에서 비롯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전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등록고객 수는 1억6479만 명으로 전년말 대비 3.5%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는 2억813만 건으로 재작년 하반기보다 25.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터넷뱅킹을 활용한 이체·대출 등 서비스 이용금액도 49조8567억 원에서 55조2940억 원으로 10.9% 확대됐다.

반면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7.4%에 그쳐 역대 최소치로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모바일뱅킹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뱅킹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은 8조2278억 원에 달해 '8조 원 시대'를 열었다. 재작년 하반기 대비로는 22.9% 늘었다.

2018년 상반기 5조 원대였던 모바일뱅킹 이용 금액은 2019년 상반기 6조 원대, 2020년 상반기 8조 원대로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

모바일뱅킹으로 대출을 신청하는 케이스도 급증했다. 지난해 3분기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을 이용한 대출 신청 건수는 242만4000건, 금액은 71조92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 대비 건수는 1.7배, 금액은 3.6배 확대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비대면 거래 비중이 95%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대면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대면 인력의 수요가 뚝 떨어졌다. 5대 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31곳의 점포를 폐쇄했으며, 작년 말에서 올해 초에 걸쳐 2500여 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사실 기존 인력도 다 활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정부 눈치를 봐야 해서 어느 정도 신규인력은 뽑겠지만, 과거보다 규모가 줄어들 것 같다"고 예측했다.

대신 은행들은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디지털·IT 인력을 적극 충원하고 있다. 다만 이들 인력은 공채보다 주로 경력직 중심으로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IT와 투자은행(IB) 인력을 수시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현업 부서의 증원 요청에 따라 IT 인력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앞으로도 IT 인력을 중심으로 수시채용이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과 졸업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인 은행에서도 문과보다 이과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문과 출신 취업준비생은 "이제는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문송합니다'가 현실"이라며 "문과생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지는 양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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