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 상승 어떻게 세계경제 흔드나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1-03-10 12:04:58
미국 국채 금리 등락 따라 기술주·경기수혜주 희비 엇갈려
3월 FOMC로 쏠리는 눈길…신흥국 경제에도 영향 클 듯
금리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정책금리는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흔들 기세다.
진앙은 미국 국채금리다.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바이든 부양책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자 상승이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엄청난 국채가 발행돼 시장에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이런 부양책으로 시장에 막대한 현금이 더 풀리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인플레 압력과 국채금리 상승이 시장금리 상승세를 견인하면서 월가와 세계 금융시장, 나아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전체에 태풍을 몰고올 가능성이 점증하는 흐름이다.
당장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자 기술주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부동산시장도 미국발 금리 인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이탈로 신흥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채 금리 따라 출렁이는 증시
9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55%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한때 연 1.62%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금리는 이날 미국 재무부의 국채 3년물 발행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 뚝 떨어졌다.
미국 국채 금리에 따라 증시도 급변했다. 전날 2.41% 급락해 2월 중순 최고점 대비 10% 넘게 빠졌던 나스닥지수는 이날 3.69%나 뛰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률이다. 다우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재경신했으며, S&P500 지수는 1.42% 올랐다. 특히 테슬라, 애플 등 기술주들이 폭등했다.
고용 호조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 등은 여전히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BEI)은 8일(현지시간) 2.26%까지 오르는 등 2%대를 유지 중이다. TD증권은 "계속해서 2% 이상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유지될 경우 채권 시장의 자금 이탈이 격해져 금리가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내 최고 연 1.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ING그룹은 연 2%를 전망했다.
반면 미국 재무부의 국채 입찰 성공은 금리 안정 요인이다. 발행금리가 낮음에도 580억 달러의 국채 3년물 입찰에서 2.69배의 응찰률을 기록, 흥행에 성공했다.덕분에 10일(현지시간)의 국채 10년물 380억 달러, 11일(현지시간)의 30년물 240억 달러어치 입찰도 순조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9일 "미국 국채 금리 변동이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자산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술주는 왜 금리에 취약한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테슬라 등 기술주들이 '추풍낙엽'이다. 하루에 두자릿수 폭락장을 연출하기도 한다. 대개 당장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성장주로, 당장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이 아니다. 그런 터에 금리가 뛰니 가장 먼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실적주들은 금리 상승에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니 성장주에 비해 금리 상승에 덜 민감하다.
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준은 당분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없다는 걸 거듭 표해 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커지며 시장에서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우영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기존 예상보다 빨리, 3월 FOMC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빨라질 거란 예상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은 연준이 유도한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개입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만약 연준이 통화정책을 수정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주가와 채권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원화 가치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1.8%까지 가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연 2.1~2.2% 정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판단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 금리는 상승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로 환율이 장기적으로 117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시중금리가 뛰면서 소강 상태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이 따라갈 경우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금리가 오르면 주택 등 부동산 수요가 위축된다"며 "한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서울의 부동산은 거품"이라며 "결국 거품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흥국서 해외자금 빠져나갈까
전 세계 대형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 중국, 러시아, 인도 등 30개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하루 평균 약 2억9000만 달러 규모의 자본이 빠져나갔다. 주간 단위로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된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해외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흥국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로빈 브룩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자본 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신흥국이 심각한 충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서 신흥국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신흥국 자본 유출 등 불안정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만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패트릭 쇼위츠 JP모건 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 전략가는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를 따라가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도 "종합적으로는 금리 상승 국면을 잘 견뎌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실제로 2%를 넘기 전에는 그리 큰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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