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인사이트] 코스피 3000 붕괴…파티는 끝났다
UPI뉴스
| 2021-01-30 15:31:31
상승장 이끈 대형주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
코스피가 3천 밑으로 떨어졌다. 20일만에 앞자리 수가 다시 바뀐 것이다. 시장의 향배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주가가 계속 내려갈지 아니면 3천을 다시 회복할지 여부다. 답을 얻기 위해서는 3천까지 올라왔던 과정을 복기해봐야 한다.
작년 10월말 2260이었던 코스피가 지난달 중순에 3200까지 올라 두 달 사이에 1천 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회복이나 기업이익 증가와 같은 펀더멘털 요인 때문이라면 주가가 이런 형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기와 이익이 시간을 두고 꾸준히 좋아지기 때문에 주가도 점진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
반면 유동성이 동력이 되면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기업 내용에 관계없이 돈의 힘으로 밀어붙여 버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11월 이후 석 달간 개인투자자가 23조 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이고, 고객예탁금이 20조 원 넘게 늘어난 게 상승 동력이 됐다.
유동성장세는 상승 마지막 단계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오르면 1~2년내에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재료가 가격에 먼저 반영된다. 나쁜 재료보다 좋은 재료의 흡수가 더 커 나중에는 유동성만이 남는다. 주가가 오르는 걸 체감한 투자자들이 단기에 큰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에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돈을 밀어 넣는 것도 유동성의 힘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IT버블 붕괴 직전인 2000년과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이 그런 경우였는데 두 경우 모두 주가가 급등했다.
문제는 상승이 끝난 후다. 유동성으로 오른 주가가 돈의 힘이 약해지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 엄청난 규모의 돈이 시장으로 몰리는 상황은 이제 끝났다. 여전히 70조 가까운 고객 예탁금이 남아있지만 이 돈이 또 다른 유동성장세를 만들긴 힘들다. 주가를 올리는 건 이미 들어와 쌓여있는 돈이 아니라 새롭게 유입되는 돈인데, 주가가 하락하는 걸 본 개인투자자들이 자금 공급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3차 확산의 영향으로 12월에 국내외 경제 지표가 둔화했다. 유동성이 약해진 부분을 경제나 기업실적이 메우기 힘들어진 것이다. 주가 하락이 거세지면 작년 마지막 급등의 출발점인 2700대 중반까지 코스피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 번째 궁금한 점은 대형주의 향배이다. 지난 반년간 시장을 끌고 왔고, 개인 투자자의 매수가 몰린 곳이어서 대형주 주가에 따라 개인투자자의 수익이 결정된다. 작년 7월까지만 해도 대형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지 않았다. 삼성전자 상승률이 다른 종목의 절반밖에 안됐던 걸 보면 기대 정도를 알 수 있다. 그랬던 대형주가 주가가 오르고 돈이 몰리자 갑자기 뛰어난 성장성을 가지고 있는 종목으로 탈바꿈했다. 기업 내용이 바뀌어서 보다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게 원인이었다.
주가가 하락하고 돈의 유입이 줄면서 대형주가 원래의 평가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상승을 이끌었던 재료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면 현대차의 애플카가 가장 문제가 된다. 애플이 미래차 개발 협력을 의뢰했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이틀간 40% 넘게 상승했는데 실체가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주가가 오를 때와 떨어질 때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상승 때 만들어진 논리로 하락에 대응하려 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상승에 대한 기대를 좀 줄였으면 한다. 주가가 오른 후 20% 가까운 하락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