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서울 도심 '공공재개발'…남은 변수는?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1-15 15:30:06

시범사업 첫 후보지로 역세권 8곳 선정…4700가구 규모 공급
공공임대 비율 높아 이견 가능성…해당 지역 집값상승 우려도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핵심 방안인 '공공재개발' 사업이 첫 발을 뗐다.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8곳은 고밀 개발이 가능한 역세권이다. 입지가 좋은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향후 정책도 '공급 확대'에 방점이 찍힌 만큼 사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임대주택 비율 등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영등포구 양평13·양평14 구역. [뉴시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5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첫 후보지로 8곳을 선정했다. 동작구 흑석2, 영등포구 양평13·14, 동대문구 용두1-6·신설1, 관악구 봉천13, 종로구 신문로2-12, 강북구 강북5 등이다. 8곳 모두 지하철역을 끼고 있어 역세권 개발 사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곳에서 약 4700가구 규모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체된 정비구역서 단기간에 사업 추진 가능

공공재개발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최대 장점은 '사업 시간 단축'이다. 인·허가 절차가 축소돼 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8년 1개월(서울시 정비사업 통계)이 걸리던 사업 기간이 5년 8개월로 줄어들 수 있다. 참여 조합은 용도지역·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사업비 융자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추가 공급 물량의 50%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번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에 참여한 사업지는 70곳에 달했다. 이들 부지는 대부분 사업성 부족과 주민 갈등으로 10년 넘게 사업이 정체돼 온 곳이다. 흑석2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 좌초돼 온 구역에선 기회로 보고 있다"며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높은 만큼, 관련 공문을 받는 대로 여러 절차의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270가구가 거주 중인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을 통해 총 1310가구 단지로 바뀔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계기로 공공재개발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해 공모에 참여한 신규 정비구역 중에서도 3월 말까지 추가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실상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제시한 '도심 고밀 개발'과 함께 공공재개발이 주택 공급의 핵심 축이 되는 셈이다.

수익성 악화 불만 '여전'…주민 갈등 변수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단독으로 시행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공공·조합 공동시행(대행)은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주택의 절반을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 만큼, 조합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실제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은 높은 임대주택 비율 요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공공재개발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동작구 흑석2구역. [뉴시스]

"민간 조율이 중요"…사업 지역 집값 폭등 우려도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같은 경우 그동안 사업이 진척이 더뎠던 곳이라 동의율을 확보하기에는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는 보인다"면서도 "워낙 분쟁이 많은 사업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재개발로 일반재개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의 적극성"이라며 "성공적인 롤모델을 만들기 위해 기부채납 비율 완화 등 동의서 요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구역지정은 연말에나 이뤄지고, 공급 물량 자체도 4700가구 수준이기 때문에 공급 효과를 논의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며 "토지나 주택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들 사이에선 공공재개발을 둘러싼 이견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서울 지역 재개발 사업은 이미 투기세력이 확보한 물건에 대해 층고 완화, 용적률 상향, 조합원 분담금 보장 등 특혜로 얼룩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 특혜를 더 얹어 주는 건 부동산 거품을 빼기는커녕 투기를 부추기려는 꼼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아파트에 이어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빌라까지 모든 집값을 폭등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작년에 부각시킨 공공재개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 만큼 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사업 자체가 개발 호재가 되니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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