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6채인데 종부세 '0원'…어처구니없는 文정부 부동산 정책

김이현

kyh@kpinews.kr | 2021-01-07 14:50:52

매년 주택공시가격 상승해도 다주택 임대사업자는 종부세 면제
이재명 "투기 다주택엔 강력 과세해야"…정부에 요건 개선 건의
전문가 의견 엇갈려…"조세형평" vs "부작용 생각 안한 포퓰리즘"

경기도에서 주택 26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A 씨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A 씨가 내야할 종부세는 2억6000만 원. 세금 납부를 비껴갈 수 있었던 건 '6억 원 초과 주택'이라는 종부세 부과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종부세는 임대 시작일의 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A 씨가 2016~2018년 등록한 임대주택의 공시가격은 4억~6억 원 선이었다.

지난해 주택공시가격 기준으로 6억 원을 초과하는 A 씨의 주택은 모두 19채다. 경기도 부동산공정가격센터팀이 분석한 결과, 이 19채의 주택공시가격은 임대시작일(2016년~2018년) 기준 총 92억 원이었다. 지금은 각각 6억 원~9억 원으로 올라 합산가격은 임대시작일 대비 60.8% 상승한 148억 원이다. 고가 다주택 보유자면서도 종부세 부담은 전혀 늘지 않은 셈이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정책을 주도한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다주택자들이 시스템 안에서 임대사업을 해야한다는 구상이었고, 임대료 상승비율과 임대 기한(최소 4년 또는 8년)을 정했다. 대신 양도세 중과 배제, 종부세 면제 등 온갖 혜택을 몰아줬다. 

그 결과 지난해 1분기 기준 전국 임대사업자는 52만3000명으로, 2018년 6월 33만 명 대비 58.5% 증가했고, 등록 임대주택도 같은 기간 115만7000가구에서 159만4000가구로 늘었다. 다주택자들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대출을 받아 '쇼핑하듯' 집을 사들였고, 시장 매물은 줄어들었다. 결국 집값 폭등의 촉매제가 되면서 지난해 7월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했지만, 위 사례처럼 주택 수십 채를 보유해도 종부세는 내지 않는 기현상이 남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집값을 잡겠다"면서 실제로는 집부자들에게 온갖 특혜를 몰아줘 집값을 폭등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편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찌감치 "어처구니 없게도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고 비판했다.

제도 개선을 외치고 나선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난달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등록 임대주택 160만채 대부분이 종부세 면제 특권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그간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에 따라 비거주 투기용 주택에 종부세 합산 배제 등 혜택을 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으로 돈 버는 일 없게 만드는 것이 시장 안정화의 유일한 해법"이라며 "실거주 1주택은 감면 보호하고, 투기로 과대이익 취하는 다주택엔 강력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기도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개선 건의안'을 지난 5일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기준가격을 매년 과세기준일(6월 1일)의 주택공시가격으로 개선하고, 일정금액(6억 원)을 초과한 주택에는 종부세를 부과하도록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경기도는 4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해 부동산 임대사업자 겸직을 금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이 사실상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이 지사의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모든 부동산은 보유시점 기준으로 과세하게 돼 있고, 예외를 둬선 안 된다"며 "임대시점 기준 가격으로 과세하는 것은 분명한 특혜"라고 말했다. 이어 "조세형평 차원에서 당연하고, 틀린 건 고치는 게 맞다"면서도 "소급에 따른 피해는 정부가 보상하거나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주고 싶어서 만든 제도가 아니라, 민간의 투명 과세와 공공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종부세 정도는 면제해준 것"이라며 "지금 집값이 올랐다고 결과만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이 80~90% 물량을 책임지고 있는데, 정부가 모든 임대 물량을 책임질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라며 "이 지사의 얘기는 공급감소 등 여러 부작용은 생각 안 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매년 나오는 공시가격대로 종부세를 부과할 경우 임대사업자들은 사업을 접거나, 임대료를 종부세만큼 더 높일 것"이라며 "결국 임대 매물이 감소하거나, 임차인들의 부담이 커진다. 임대사업자 종부세 부과 방안은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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