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급증' 경고에 은행, 일부 대출 중단·억제

박일경

ek.park@kpinews.kr | 2020-12-09 14:29:38

국민은행, 모집인 통한 대출 억제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중단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다시 강하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은행권 대출이 더욱 조여질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표지석. [문재원 기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사실을 지적하며 "10월과 달리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실패해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2개 은행의 행장이나 부행장이 이미 따로 금융당국에 소환됐거나 곧 불려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 2020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한국은행 제공]

실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13조 원 넘게 불어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3조6000억 원 급증했다.

증가 폭은 지난 2004년 속보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최대치인 지난 8월(11조7000억 원) 기록을 석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11월 중 주택담보대출은 기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도 이어지면서 6조2000억 원 증가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 증가 폭은 10월 3조 원에서 11월 2조3000억 원으로 소폭 축소됐다.

특히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 자금 확보 움직임 등이 가세하면서 증가 규모가 10월 3조8000억 원에서 11월 7조400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최근 들어 수도권과 일부 지방 광역시에서 주택 매매 늘고 있는데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11월 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 이전에 필요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도 기타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경고와 압박에 은행들은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이후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계대출을 조여 왔지만, 넘치는 대출 수요로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과 비슷하게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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