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공식화 임박…변수는?
김이현
kyh@kpinews.kr | 2020-11-13 17:21:11
동반 부실⋅특혜 시비 등 첩첩산중…2대 주주인 KCGI 즉각 반발
"재무구조 개선, 고용 유지도 관건…향후 경영은 긍정적 전망"
항공업계에 또다시 '빅 딜'이 추진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타진하면서다. 국내 1, 2위 항공사가 결합할 경우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중·장거리 노선의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에서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확실한 우위를 선점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당장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3자 연합의 반발을 딛고 유상증자에 성공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규모를 키우려다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하면 독과점,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바로 받아들이기도, 쉽게 버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 셈이다.
13일 금융권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도 이르면 오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합병이 불발된 뒤 산은 등 채권단 관리하에 있다. 국영은행인 산은의 지원으로 국적 항공사를 하나로 합치고, 항공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인수설'의 골자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 후 지분 넘기기 유력
현재 논의되는 인수구조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이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서고, 한진칼은 이 돈으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 30.77%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한진칼의 3대 주주로 올라서고, 증자 대금을 받는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과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사례와 비슷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IDT와 금호티앤아이, 아시아나세이버 등 자회사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금호리조트 분리 매각 방침도 포함됐다. 항공 분야만 남겨두고 재무구조 개선과 몸집 줄이기에 나선 건 사실상 매각을 위한 절차였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통합 시나리오의 이면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큰 그림'을 그렸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만약 두 항공사의 '빅 딜'이 성사된다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기체 보유대수는 173대, 아시아나항공은 86대로 합하면 250대를 넘는다. 에미레이트항공(267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 회사를 합치지 않고 한진그룹 내에서 별도 운영하더라도 여객 수송 점유율이 상당하다. 중첩 노선을 정리하고, 주력 노선의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3자 연합 반발…"경영진 지위 보전 위한 대책"
다만 매각 성공까지 가는 길이 녹록지 않다.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으로 구성된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3자 연합의 지분은 46.71%로, 조원태 회장(41.14%)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크를 떠안고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조 회장은 산은을 강력한 우군으로 포섭하게 되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딜이 성사된다면) 경영권 분쟁은 이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자 연합 입장에선 산은이 3대 주주로 올라서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KCGI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력 인수 불가…지원 특혜 시비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확보도 문제다. 산은의 투자로 인수 부담은 낮아졌지만,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 6월 기준 2291%에 달한다. 자본잠식률이 56% 수준이다.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유동성 악화로 사업부, 자산 매각까지 나선 상황인데 향후 정상화를 위해 수조 원의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또 산은에 대한 '특혜 시비'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한진칼이 실탄으로 쓸 수 있는 현금·현금성자산은 1267억 원, 단기금융상품이 1554억 원 정도다. 대한항공이 먼저 인수를 나설 입장이 아닌 만큼, 산은의 자금이 어느 정도 투입될지가 관건이란 얘기다. 산은의 지원금이 과도하면 부실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예상되고, 적을 경우 인수가 재차 불발될 수 있다.
"인수 절차 쉽지 않아…성공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
전문가들은 인수 절차에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인수 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칼의 재무구조가 나쁜 것도 아니고,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산은의 3자배정 증자가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향후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등 연합의 움직임을 봐야겠지만, 법적으로 문제삼으면 시간은 또 그만큼 지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산은이 인수 금융을 너무 넉넉하게 주면 특혜 시비에 말리고, 조건을 안 좋게 하면 대한항공이 안 받거나, 받아서 같이 망할 수 있다"며 "부실기업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과 고용 유지 등 판을 어떻게 짜는지도 관건인데, 쉬워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측면에서 보면 분산돼 있는 노선과 운수권, 스케줄 등을 하나로 공유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가격경쟁력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며 "인수가 된다면 역기능보단 순기능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두 항공사의 중·장거리 노선 경쟁이 이어져오면서 실질적인 이익은 없었다"며 "단거리 노선은 LCC(저비용항공사)에 주고, 중·장거리 노선 특화전략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게 대한항공의 판단인 듯하다"고 말했다.
또 "산은이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표면상으로 드러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라든지 향후 업황, 구조조정의 저항 등에 대한 부분이 숙제로 남아 있다"면서도 "현대산업개발이 움직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만큼, 인수를 해도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