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종전선언' 제안…"항구적 평화체제 여는 문"

김광호

khk@kpinews.kr | 2020-09-23 08:59:55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종전선언에 유엔 힘 모아달라"
남·북·중·일·몽골 참여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도 제안
북미·남북대화 교착 돌파구 모색…임기 후반 절박함 담겨

문재인 대통령은 23일(미국 현지시간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결 방식으로 진행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올해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4·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종전선언을 환기하는 것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이라는 기존 '한반도 프로세스'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소극적인 자세로 더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도 감지된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부로 접어들었고, 11월 미국 대선 이후 국제정세가 한층 불확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종전선언 카드가 북미협상이나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략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 주제는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었다.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도 이 주제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극복과 기후변화 대응, 경제협력 등을 역설했다.

이와 함께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고,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를 매개로 남북 간 방역·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자 다자협력의 틀로 범위를 확대시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한국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힘은 인류가 만들어온 가치, 유엔이 지켜온 가치들이었다. 코로나를 이겨낼 답은 멀리 있지 않다"며 "인류 보편 가치에 대한 믿음이라는 유엔헌장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자주의'를 통해 더욱 포용적인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을 종합해보면 종전선언을 얘기하려고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코로나19란 전세계적 위기가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종전선언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에 안전을 담보해주는 초기 조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과 미국의 호응 여부다. 그러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진 북한이 대외관계에 나설 가능성이 낮고,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이란 점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을 좁히지 않고서는 종전선언까지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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